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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 닦아야 이르는 길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11-13 02:01 게재일 2013-1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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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성정은 어찌할 수 없어도 인품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훈련이나 노력 여부에 따라 자신과 세상이 원하는 인격에 가 닿을 수 있다. 다만 그 실천이 너무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 어려움 때문에 품격 높은 사람들이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링컨도 처음부터 우리가 아는 링컨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의 그는 비난쟁이였다. 남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을 좋아했다. 편지나 시로 남의 약점을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기도 했으며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에는 신문투고로 상대방을 공격하기도 했다. 허세 부리는 상대 정치인을 망신 주는 원고를 썼다가 결투장까지 갈 뻔한 사건도 있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링컨은 비호감 인물이었다.

그런 그도 끊임없는 자기 훈련과 몇 번의 깨달음 끝에 인품자로 거듭 났다. 남북전쟁 때 강물이 불어난 틈을 타 남부군을 일망타진할 기회가 있었다. 특사를 보내 전투를 개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부하장군은 응하지 않았다. 격노한 링컨은 부하에게 엄중한 질책성 편지를 썼다. 부하장군의 비효율적 부대 통솔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링컨은 그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그가 죽은 뒤 그의 비밀 서류함에서 편지는 발견되었다.

링컨이 얻은 깨침은 `비판을 받고 싶지 않으면 다른 사람 또한 비판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그 뒤 누군가가 상대를 힐난할 때면 링컨은 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역지사지하면 나 역시 그 비난의 대상일 뿐이니까. 비난하기 좋아했던 링컨은 경험을 통해 그 비난의 부질없음을 체화한 것이다. 자신을 변화시킨 그 덕에 그는 대통령이 되고 노예해방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우리는 제 기준에 따라 남을 비방하거나 비판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남에게는 약점이 될 말을 뱉고 나면 하염없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일찍이 링컨이 경험에서 우러난 인격 도야를 했듯이 매사에 신중한 언행을 곁에 둘 일이다. 갈고 닦아도 어려운 게 인품이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는 그 길을.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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