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은 국내 여자 실업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선수이다. 개인적, 환경적인 문제로 긴 방황의 터널을 건너기도 했다. 무려 8년간 선수다운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이유라 했지만 그 방황 속에는 여자로서 당해야했던 수치심도 있었을 것이다. 180cm의 키에다 70kg이 넘는 몸무게 등 웬만한 장정 저리가라 할 정도의 외적 조건은 관계자들로 하여금 그녀의 성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구실이 되었다. 하지만 일찍이 국제대회 참가 때 확실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을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었다.
아픔을 극복하고 뒤늦게 축구에 올인한 그녀의 성적이 올해 너무 빼어난 게 문제가 되었다. 경쟁 팀 감독들은 박은선의 성별 검사를 요구하다 못해 그들 뜻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시즌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여자축구연맹에 공문까지 발송했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타국에서가 아니라 국내 리그의 경쟁팀 감독들이 똘똘 뭉쳐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나부터 살고보자는 이기심이 이런 한심한 발상을 낳았다. 뒤늦게 변명과 사과를 했지만, 선수가 받을 마음의 상처는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자국 선수를 보호하자는 거창한 애국 차원이 아니라 기본 인권 문제로만 돌아가도 분노가 인다. 분명 그녀는 그 문제로 젊은 나이임에도 잦은 상처를 받아왔다. 남들과 다른 외적 조건 때문에 수많은 불편한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성별 검사라는 수모와 수치를 견뎌내면서 의지 하나로 성과를 냈다. 남과 다른 것은 이해의 대상이지 오해의 대상은 아니다. 이해해야할 사람을 가까운 사람들이 더 오해하는 현실이 어디 이런 경우이기만 할까.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