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감에서 가장 말썽스러웠던 것은 `기업인 길들이기`였다. 국회의원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작심을 한 것 같았다. `이력서`를 잔뜩 받아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많다. 선거운동에 기여했던 운동원들이 건네준 `반대급부 청구서`이다. 이 이력서를 `소화`할 수 있는 곳이 기업체인데, 부탁을 잘 들어주지 않는 기업체는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감장에 불려나왔다 하는 것만으로도 그 기업의 이미지는 타격을 받는다. 무언가 잘못 했다고 의심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출석해보면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호통 한번 듣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고, 잠깐 자리를 뜨기도 어려워서 급한 일은 문자메시지나 쪽지로 상의하는 데, 외국 경쟁사가 들으면 웃을 일”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이런 데 불려나오면 기업 홍보가 되지 않겠느냐?”하는 엉뚱한 말을 해서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서너 시간 기다리다가 30초 가량 답변하고 마는 경우도 많은데, 질문만 하고 대답은 듣지 않는 국회의원이 많았다. `불러내는 것이 목적`이니, `불려나오기 싫으면 부탁 잘 들어줘라`하는 오금박기다.
시간을 쪼개가며 밤낮 없이 기업활동 열심히 하는 기업인을 불러내어서 종일 기다리게 할 것이 아니라,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도 억대 연봉을 받아 혈세 낭비의 표적이 된 공기업 경영자들이나 국감장에 불러내어서 “어떻게 할 것이냐? 대안은 있느냐?”라고 다그치는 국감이 됐더라면 국민들이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는 200명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불려와서 장시간 기다린 끝에 겨우 호통·훈계나 듣고 “네, 알겠습니다”란 답변만 하고 돌아갔다. 무슨 국감이 이런가. 외국에서 들으면 웃을 일이다.
국정감사나 예산안 심사를 앞둔 시기에는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는다. 괘씸죄에서 벗어나려면 `두툼한 봉투`를 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봉투에는 정치자금법도 적용 안 되고, 세금도 붙지 않는다고 한다. 출판기념회 한 번에 억대를 번 경우도 있다니 손 봐야 할 `구멍`이 너무 많다. `5등 정치`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