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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노병에 대한 예우

등록일 2013-10-25 02:01 게재일 2013-10-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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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터키의 관계를 일컬어 `형제의 나라` 혹은 `혈맹국`이라 한다. 지구를 반 바퀴나 돌아야 하는 먼 거리에 있는 두 나라가 어떻게 그런 혈족같은 관계를 맺었던가.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신라-돌궐시대에 닿는다. 서로 조상을 공유했다는 역사기록도 있다. 신라와 돌궐은 `교역의 종점과 종점`이었다. 신라의 철은 매우 우수해서 강한 무기를 만들기에 적당했고, 돌궐은 이 신라의 쇠를 수입해다가 강대국이 되었다. 그리고 신라의 황금과 도자기를 거래해 부를 이루었는데, 지금도 이스탄불 근교를 발굴하면 신라의 유물이 출토된다. 터키는 이 인연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의 유라시아횡단철도는 고대시절 `초원의 길`이라 불렀다. 이 교역로를 통해 신라와 투르크는 서로의 문화를 교류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상적으로는 두 나라 사이에 공통점은 없었다. 터키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접합지점이어서 동서양문화가 공존하는 국가였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번갈아 지배하면서 `종교백화점`이 되었다. 그에 비해 신라는 유·불·선 3대 동양종교가 공존하는 나라였고, 아라비아와의 해상교역을 통해 힌두교 배화교 이슬람이 일부 들어왔다. 지난달`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린 것도 이같은 오랜 인연과 경제교류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터키는 6·25사변때 21개 참전국 중 4번째로 많은 1만5천 명을 파병했고, 전사 1천명 등 사상자 3천700명을 냈으며, 부산유엔기념공원 묘지에 터키군 유해 462구가 안장돼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이 이스탄불 엑스포에 참석하고, 터키 이즈미트시(市)와 우호교류의향서를 체결한 후 6·25 참전 노병을 찾았는데, 두 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 둘 다 81세였다. 박 시장이 당사자와 그 자녀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때 카밀씨는 “60년전에 먼저 간 전우들을 만나는데, 가다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고 싶다”고 흔쾌히 승락했다. 그러나 샤린씨는 지병이 있어 주저하다가 “여행 중 사망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한국과 터키에 제출한 후 24일 합류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할 때 6·25 참전 노병들을 일일히 호명한 후 `특별한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했고,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모습은 `침략행위에 대한 경고`임과 동시에 목숨 걸고 평화와 자유를 지킨 영웅들에 대한 극진한 예우였다. 포항시장이 터키 노병과 가족을 초청해 극진히 대접하는 것도 그와 같은 뜻이겠다. 두 노병은 30일에 귀국하기까지 여러 곳을 돌아보는 강행군을 할 것인데, 의료진을 동행시키는 등 건강에 각별히 유의해서 아무 탈 없이 `감동의 한국 방문`이 되게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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