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순히 노래에 소질이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원 가수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숨소리와 발성법까지 완전히 익혔다. 어렸을 때부터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연습하고 연습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노래가 좋아서 열심히 한 우물을 팠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목소리로만 승부하고 얼굴을 끝내 내밀지 않는다면 원 가수보다 훈련된 아마추어 가수가 더 원 가수 목소리처럼 판정단에게는 들릴 수 있다. 일반출연자들의 충분한 연습량은 전성기 때의 목소리를 되찾기 힘든 가수의 절정기 목소리를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가수에게 불리한 그런 조건을 감안해서 경합 중반 이후에는 갇혀 있던 부스에서 나와 가수와 출연자들은 얼굴을 공개한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익힌 뒤에는 원 가수의 목소리를 맞히는 게 한결 낫다. 그래도 연습과 훈련으로 무장한 아마추어 출연자들을 쉽게 앞서지는 못한다. 이제껏 아슬아슬하게 원 가수가 진짜 원곡의 목소리 주인공으로 살아남긴 했다.
한데 어제 신승훈 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내로라하는 목소리를 지닌 그이보다 더 신승훈답다고 판정단이 한 출연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신선한 감동이었다. 가수는 출연자를 배려해 자신을 알리려는 그 어떤 무리수도 쓰지 않았고 출연자는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했다. 한 우물을 파는 출연자의 집념도 대단하고 그 집념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프로 가수의 미소도 아름답게 보였다. 치열하게 준비한 자들, 그 모창의 품격은 숭고해 보이고 지켜보는 마음은 숙연해지는 것이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