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중훈, 첫 연출 맡은 영화 `톱스타` 24일 개봉
오는 24일 개봉하는 첫 연출작 `톱스타`가 공개되고 나서 그는 “열흘가량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기대와 실망이 엇갈린다. 그는 마치 “요즘 어린아이 같다”고 한다.
“인생을 덤으로 산다. 지금 내가 누리는 행운이 끝나도 나는 그동안 축복받은 영화인이었다”고 계속 주문을 걸어보지만 지천명을 눈앞에 둔 그도 물밀듯이 찾아드는 긴장의 쓰나미는 어쩔 수 없는가보다.
“배우란 감정을 보여주는 일이고 감독이란 생각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감정을 보여주는 건 익숙한 데, 생각을 보여주는 건 처음입니다. 처음이라서 떨리는 것인지, 생각을 보여주기에 떨리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다소 피곤한 모습의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톱스타`는 오랜 시간 연예계에 몸담았던 박중훈 감독이 가장 친숙한 연예계를 소재로 찍은 드라마다. 연예계의 추악한 이면과 톱스타를 향해 달리는 젊은이들의 꿈과 좌절을 그렸다.
엄태웅은 밑바닥 매니저 생활을 하며 최고의 자리를 꿈꾸는 남자 태식 역을, 김민준은 오만한 톱스타 원준 역을 맡았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작자 미나 역은 소이현이 책임졌다.
“제 모습이 태식과 원준 속에 투영돼 있죠. 나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할까요? 성장통이라고 할까요? 세상과의 화해라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할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어린 시절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어요. 우리 때는 공부 못하면 열등의식이 생기기도 했어요. 사춘기 때, 저는 열등감을 느끼고 살았죠. 그런데 배우가 돼 인기를 얻고 나니까 그게 완전히 뒤집어 진 거예요. 자신감이 넘쳤죠. 20~30대엔 세상의 중심이 저였어요. 젊은 시절에 그렇게 겸손하게 살아왔던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몇 번의 부침을 겪고 나서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구나, 조심해서 살아야겠다`고 자각했죠.”
`톱스타`는 부침 많던 그의 영화계 생활이 오롯이 담겨 있다. “스무 살에 인기를 얻었다. 영글기 전에 인기를 얻다 보니 영화배우를 하면서 철이 들었던” 그의 회한은 태식이라는 인물 속에 깊이 배어 있다.
“마흔이 넘고부터 늘 가슴이 답답했어요. 뭔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었어요. 성공하기 위해 달려왔던 제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4~5년 전이죠. `체포왕`을 찍고 나서 내가 배우로서 똑같은 걸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톱스타`는 고전적인 분위기를 지닌다. 1980~90년대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조명이나 음향효과는 다소 도식적이다. 종합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연출력이지만 걸쭉한 드라마는 살아 숨 쉰다.
“제가 배우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엄격하게 이 영화를 볼 거예요. 배우로서의 재능이 감독으로까지 이어지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죠. 그래서 우려를 많이 하면서 찍었어요. 결과가 좋으면 `역시 경계한 덕분에`, 결과가 좋지 않으면 `역시 우려가 현실로`라고 생각하겠죠.”
영화는 먹고 먹히는 연예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넘버 원`을 둘러싼 태식과 원준의 경쟁은 우정을 갉아먹고, 삶을 피폐하게 한다. 영화는 이러한 도덕성의 실추 속에서 오히려 도덕과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도 그런 동네에서 승자로 살아온 편인데…. 참 치열한 동네예요. 승자였을 것처럼 보이지만 저도 굉장히 피곤하고 힘들었어요. 전 사실 승리에 대한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이거든요. 어쩌면 지성과 자기 통제로 제 타고난 야성을 다스릴 수 있을까가 제 인생의 숙제예요. 그렇게 잘 다스리면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때요, 저랑 제 영화, 비슷하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