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루호 침몰 원인은<br>항만세 아끼려고<bR>바다 가운데 정박도 원인
포항 영일만항 해상에서 침몰해 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명의 실종자를 낸 청루호(CHENG LU-15·8천461t급·승선원 19명)의 사고 원인이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고 발생 당시 영일만항 앞바다에는 청루호 외에도 26척의 어선이 닻을 내리고 거세 바람, 높은 파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26척 중에서도 청루호만이 이같은 변을 당했다.
청루호는 싣고 있던 화물 코일 4천600여t을 포항영일만항에 하역한 공선(짐을 싣지 않은 배)이었다.
선박전문가에 따르면 화물선이 공선 상태로 묘박지(화물선이 화물적재 또는 하역을 위해 대기하는 수역)에 정박할 경우 강풍과 파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에 닻 끌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
이 때문에 선장들은 폭풍이나 태풍주의보가 발령되면 비어 있는 화물적재함에 물을 채우거나 엔진을 가동시켜 닻 끌림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항해술의 기본수칙이다.
이번 침몰 사고 당시 해상에는 초속 20~40m의 강한 바람과 높이 6~8m의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어 화물을 내린 뒤 텅텅비어 있던 청루호는 닻끌림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영일만내 화물선 묘박지에는 이같은 닻 끌림 현상으로 인한 화물선 좌초 및 좌주 사건이 빈발해 더욱 주의가 요구됐다.
포항해경은 이에 따라 사고 당일 공선인 청루호에 해수(바닷물)을 채워 선체의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해경에 따르면 사고 화물선은 사고 당시 이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고 선체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며 북방파제 쪽으로 닻 끌림이 발생하자 뒤늦게 해수를 채우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었다는 생존자 진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15일 오전 모니터링 결과 낮 12시부터 기상이 악화되고 오후 3시께부터는 위험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영일만항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있던 총 26척의 선박에 대해 항행경고방송도 내보냈다.
이는 포항영일만항 인근에 서해안과 같이 큰 섬이 없어 평소 초속 5~6m 수준의 바람이 불어도 선박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이밖에도 청루호는 항만세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의 임시 정박지인 무료 묘박지에서 닻을 내리고 있다 화를 더 키웠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포항해경은 17일 오후부터 생존자들을 상대로 선박 침몰 사고 이전부터 구조됐을 당시까지의 사고 경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