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영유아 인구감소 여파… 최근 4년 105곳 문닫아 존폐 기로 일선현장 “정부 무상보육 폐원 부추겨… 지역 특성 고려 정책 필요”
저출생과 영유아 인구감소 여파로 포항지역 보육의 최전선에 있는 어린이집들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최근 3년 동안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어린이집 100여곳이 무더기로 폐원했다.
22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포항의 어린이집 수는 민간 118곳, 가정 77곳, 국공립 22곳, 직장 12곳, 법인·단체 11곳 등 모두 240곳이다. 어린이집은 2021년 345곳, 2022년 300곳, 2023년 255곳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포항에서 모두 105곳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이 대거 폐원한 것은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어린이집은 만 0세부터 만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이 나이에 상관없이 입소할 수 있는데, 어린이집에 다닐 아동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2만3138명이었던 영유아 수는 2022년 2만752명, 2023년 1만8876명, 2024년 1만7855명 등으로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폭도 컸다.
특히 포항의 어린이집 전체 정원 충족률은 2024년 기준 64.6%로 전국 평균치(70.2%) 보다 5.6%p 적었다.
일선 현장에서는 정부가 시행한 무상보육이 어린이집 폐원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는 전 계층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보육을 진행했다. 그 여파로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어린이집이 늘어났다. 포항의 경우 어린이집 수가 최대 600곳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지역 어린이집들은 ‘공급과잉→낮은 정원 충족률→경영난’의 악순환 고리로 ‘연쇄 폐원’을 겪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정원 충족률이 매년 급감하면서 어린이집은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면서 “규모가 크거나 최신식 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이 생기면 영세 어린이집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은 부모가 일을 하느라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에 대신 돌봐주는 의미 뿐만 아니라 영유아의 교육과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저출생 해결 방안으로 활용돼 왔다.
2024년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 양육 2494가구를 조사한 결과 조사 이래 최고치인 92.4%가 ‘어린이집 서비스에 만족한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자료를 분석해 보면 앞으로 어린이집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집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보육정책 대신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9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신규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민간어린이집의 ‘줄폐원’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세종시와 대전시에서 추진하는 시책을 인구 소멸 지자체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면서 “어린이집이 줄어들게 되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