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항 선박침몰 유출 벙커C유 제거현장<br> 거센 파도타고 갈수록 확산, 방제 안간힘<br>“적조·방사능에 기름까지” 어민들 한숨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안보이네요. 왜 하필 여기까지 기름이 흘러들어 왔는지…. 착잡할 따름입니다” 파나마 국적 화물선 청루15호가 침몰한 지 사흘째인 17일 오전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입암리. 이미 수거한 140~150㎏에 달하는 유흡착포가 가득 쌓인 하천 아래에는 방제의류와 장갑을 낀 주민들이 기름제거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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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에 걸친 방제작업으로 기름을 어느정도 제거하긴 했지만 언제 또 다시 기름이 밀려들지 모르는 상황이라 주민들의 손길은 무덤덤하고도 힘이 없어 보였다.
올 한해 유례없는 적조와 일본원자력누출 탓에 울상을 짓던 이들에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발생한 기름유출사고는 이들을 더욱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이어 찾은 흥환리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오후 입암리 연안에서 최초로 발견된 기름띠가 해류의 방향에 따라 이동하면서 이날 오전 4㎞ 위쪽에 위치한 흥환리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폭 160여m의 작은 항구는 메스껍고 고약한 폐기름 냄새로 가득했고, 연안으로 밀려든 각종 부유물과 뒤엉킨 시커먼 기름띠는 아름답던 항구의 전경을 한순간에 황폐하게 만들었다.
방제작업을 위해 투입된 주민들은 유흡착포와 붐형 유흡착제 등을 이용해 기름제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이미 상당량의 기름이 퍼진 상태라 방제작업이 쉽사리 마무리되기는 힘들어 보였다.
주민의 신고를 받은 해경은 방제인력 330여명 선박 17척, 유회수기 7대, 오일펜스 1600m 등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발생 당시 최대 8m에 이르는 강한 파도의 영향으로 사고 선박에서 빠져나간 벙커C유가 인근 연안에 이미 번질대로 번진터라 방제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연안 양식장에 피해가 우려돼 기름제거에 유용한 유처리제 살포를 통한 방제작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 유모(54·여)씨는 “당분간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기름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며 “가뜩이나 일본 방사능유출로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데 이제는 기름까지 힘들게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해경 관계자는 “이번 침몰 사고로 애꿎은 동해면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라며 “앞으로 추가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감시를 통해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동혁·전준혁·고세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