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 9집 `굿바이, 그리프` 2년2개월만에 발표
2011년 8집 `음모론` 이후 2년 2개월 만에 9집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를 발표한 밴드 자우림은 전작과 달라진 점으로 `촘촘한 사운드`를 꼽았다.
과거 4집부터 8집까지의 `사운드를 덜어내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3분 남짓한 트랙마다 `빈틈없이 꽉꽉` 채워 넣는 작업 방식을 택했다는 것.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자우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997년 데뷔 후 3집까지는 사운드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그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후로는 `날 것` 그대로 최소한의 요소들로만 믹싱을 하는 방향으로 8집까지 이어왔습니다.”
보컬 김윤아는 “그런데 전작을 작업하면서 이 같은 방식에 대해 피로감과 동시에 포만감을 느꼈다”고 변화의 계기를 짚었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비롯해 발매에 앞서 음원을 공개한 `이카루스`, 폭풍 전야를 떠올리게 하는 격정적인 `템페스트` 등 모두 11곡이 담겼다.
그런데 앨범명 `굿바이, 그리프.`와 같은 뜻을 지닌 `슬픔이여 이제 안녕`은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트랙이다. 또 대중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 `이카루스` 역시 열 번째 트랙으로 앨범의 후반부에 자리 잡았다.
앨범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곡을 보통 음반 앞부분에 `전진 배치`하는 관행과 사뭇 다르다.
기타리스트 이선규는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흐름이 있어야 한다”며 “곡과 곡 사이의 간격이 0.2초만 늘어나도 그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연결고리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우림은 앨범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트랙 `안나(Anna)`에서 “나를 버린 여자의 이름, 안나”라며 절망 어린 한탄을 뱉어내고, 이어지는 두 번째 트랙 `디어 마더(Dear Mother)`를 통해서는 “왜 나를 낳았나요?”라고 그 톤을 한층 높인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된 이야기는 `포기할 수 없어서 느끼는 절망감`입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몸부림치는 사람의 이야기죠. 이 사람은 슬픔과 `안녕(Goodbye)`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아는 겁니다.” (김윤아)
김윤아는 “이는 비단 앨범 속 화자(話者)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 대부분의 마음속 절망과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앨범 속 화자, 혹은 현대인이 느끼는 절망의 연원은 `안나`와 `디어 마더`에서처럼 자신을 버린 어머니일 수도 있고, `댄싱 스타(Dancing Star)`와 `이카루스`에서 보이듯 무기력한 청춘일 수도 있다.
“자우림 음악을 만들 때 배제할 수 없는 게 뉴스입니다.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재미있죠. 뉴스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을 하게 돼요.” (김윤아)
이들의 데뷔 앨범이 지난 1997년 1집 `퍼플 하트(Purple Heart)`였으니 어언 16년이 흘렀다. 그 사이 대중음악 시장의 트렌드, 미디어 환경, 음악 유통 방식 등 자우림을 둘러싼 모든 것이 변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를 통해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또 다른 변화다.
“SNS를 통해 응원하는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사실 저희끼리 재미있으려고 시작한 자우림인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한 앨범이에요.” (구태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