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선은 오징어채낚기 어선과 공조조업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고기 씨를 말린다 해서 불법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그 조업방법이 너무나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오징어가 떼지어 몰려드는 성어기에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비추면 오징어들이 빛을 보고 몰려든다. 이때 트롤어선이 싹쓸이를 한다. 채낚기 어선들은 불빛만 비춰주고도 30% 가량의 몫을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조업방법이지만, 어자원의 씨를 말리는 일이어서 법이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현재 경북도가 동해구에 허가한 중형 트롤선은 39척이고, 그 중에서 선미식 허용 어선은 14척이다. 나머지 25척은 그물이 옆구리에 달린 현측식 트롤이다. 그런데 여기에 불법이 끼어든다. 현측식 트롤선을 부산 등지의 조선소에 몰고가서 꼬리부분에 철판을 덧대어 선미식으로 개조한 후 싹쓸이 조업에 나서는 것이다. 현측식을 선미식으로 불법 개조한 트롤들이 바다를 누비며 마구잡이를 하니 영세 어민들은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당국은 왜 트롤선 불법 개조를 막지 않나. 바다의 무법자들만 방지해도 어자원 고갈은 막아질 것이고, 영세 어민들도 먹고 살 길이 열릴 것이다”라며 수시로 관계당국에 호소한다.
트롤선 불법개조를 적발하는 일은 쉽다. 육지에 정박해 있을 때 점검을 해도 될 것이고, 출항때 살펴도 보일 것이고, 발달된 레이더 장비로 봐도 눈에 띌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불법개조 트롤선이 불법조업을 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가. 단속도 소극적이고, 처벌도 솜방망이기 때문이다. “어민들의 눈에는 불법이 잘 보이는데 당국자들의 눈에는 안 보이는 모양”이라는 불평이 늘 나온다. 당국자의 눈을 멀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어민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불법 개조한 트롤어선이 불법 공조로 잡은 어획물에 대해서는 수협 위판장이 위탁판매를 거부하면 불법이 막아질 것인데 양심적인 위판장이 있는가 하면, 양심 실종 위판장도 있으니 문제다. “불법 어획물이란 증거가 없다”“어업허가증에 표기되지 않아서 몰랐다”등 구실을 대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관계 기관들이 모여서 불법개조 중형트롤어선 단속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회의를 했는데, 법규 정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어자원 고갈을 막고 영세 어민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