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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화 새지평을 열어야 한다

등록일 2013-10-14 02:01 게재일 2013-10-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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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GM의 밥 킹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이 디트로이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노사가 대립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노사는 적이 아닌 동맹이다”라고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발언을 했다. 그는 또 “회사가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 조합원들을 돕는 길”이라며, 지속적인 고용이 최선의 복지라고 했다. 사측을 대표하는 GM의 댄 애커슨 회장은 “노조는 문제를 해결하는 요소이며,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니다. 노사는 비즈니스 파트너다”라고 화답했다.

노조의 변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자동차 `빅3`중 두 곳인 GM과 클라이슬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디트로이트시가 파산절차를 밟자 밥 킹 위원장의 강성이 연성으로 돌아섰다. 격렬한 대립을 통해 노조의 권리만을 주장하다가 “미국 자동차 붕괴에는 노조가 일조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고, 2011년부터 노사는 서로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애커슨 회장과 킹 위원장은 매달 한 번씩 만나 저녁 식사를 겸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포드자동차 노사도 정기적으로 만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도 초창기에는 우리나라 같은 극렬 파업이 회사를 벼랑끝로 몰아갔고, 파산위기에 직면하자 “우선 일자리를 지키자”는 자각이 일어났다. 사측은 노조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경제강의를 시도했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어디에 와 있고, 국내 경제는 어떤 상황이며, 자동차 업계의 재정상태는 어떤가 하는 것을 설득력 있게 강의했다. 강의는 노조원들이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후 노조는 스스로 임금을 10년간 동결하고, 사측이 제시하는 임금인상안을 수정해서 더 낮은 임금을 요구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그것이 도요타의 기사회생을 이끌었다.

울산 현대자동차는 아직 극한상황을 맞아보지 않아서 노조도 위기의식이 없다. 그래서 평균 억대 연봉을 요구, 귀족노조에서 황제노조란 비난을 받았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은 올라가는 현상이 지속되다가는 언제 일자리를 잃는 벼랑을 만날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더 얻으려다가 모두 잃는 일은 우리사회에 흔히 보이는 어리석음이다. “세아제강이 현대자동차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민들의 비난을 피하면서 타결이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측이 직장 폐쇄와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성과에 대해서는 확실히 보장하지만 무리한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않겠다는`원칙 대응`을 굽힘 없이 밀고나간 덕분이었다.

글로벌 위기속에서 강성노조는 설 자리가 별로 없어졌다. 지금은 좌파시대가 아니다. 노사가 협력하는 노사문화의 새 지평을 열지 않으면 공멸 밖에 길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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