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일부 공직자들의 기강은 방만하다. 안동시 공무원들은 공용 기름을 빼내 사사로이 사용하고, 경주시의원들은 호화판 관광을 다닌다. 어려운 시기에 국민의 피같은 세금을 쓰며 흥청거리는 공직자들은, 심한 표현 같지만, 흡혈귀나 다를 것이 무엇인가 싶다. 그런 혈세를 양심의 가책 없이 낭비하거나 도둑질하는 공직자들의 심보는 대체 얼마나 검으며, 낯짝은 얼마나 두꺼운가.
안동시 산하 안동·임하호 수운관리사무소는 10척의 도선(渡船·나룻배)과 행정선을 운행하며 주민 수송과 행정 업무에 15명의 공무원을 배치했다. 그런데 본지 취재진이 잠입해 관찰한 결과 일부 공무원의 출퇴근은 제멋대로였다고 한다. 2명이 한 조를 이뤄 출항에 나서야 할 규정을 무시하고 단독운항이 다반사였고, 아예 출근조차 하지 않은 공무원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주민들의 증언도 같았는데, “수년전부터 도산면 서부선착장과 와룡면 도목선착장 등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평일임에도 자주 자리를 비우거나 심지어 출근을 하지 않아 불편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기름을 빼먹는 것도 모자라 직무 해태까지 자행해왔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고도 출근부에는 정상적으로 출퇴근한 것으로 위조돼 있었다는 것이다. 급료와 수당은 차질 없이 챙겨갔다는 말인데, 동료들끼리 공모를 하지 않고서야 생길 수 없는 일이다. 경찰이 수사를 개시했고, 경북도청도 안동시 감사 담당부서에 철저한 감사를 지시했는데, 일벌백계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
경주시의회 문화시민위원회 위원 10명은 경북도로부터 경비를 받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후 1인당 180만원의 시민혈세를 쓰며 유럽지역으로 `연수`를 다녀와 비난을 받았는데, 경제도시위원회 위원 9명 중 6명이 1천20만원의 예산을 들여 9월25일부터 4박5일간 필리핀 `연수`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보다 낙후된 농업과 자동차산업을 `배우러`갔다고 하나, 대부분의 일정은 명소 관광이었다. 그것도 턱없이 많은 돈을 들여 호화판 관광을 하고 온 것이다. 이런 시의원의 명단을 반드시 공개해서 다시는 시의원으로 뽑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경주시민의 긍지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