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의 영화인생 최초 맞대결
2000년대 이후 충무로의 대표 배우로 군림해온 두 사람이 올해 각각 세 작품씩이나 출연해 관객을 잇따라 만난다. 송강호는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순이고, 설경구는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순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4번 타자`인 두 배우가 각각 세 번씩 타석에 들어선 셈. 각각 얼마나 타율을 올릴지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2년간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송강호는 2011년 `푸른소금`과 지난해 2월 개봉한 `하울링`으로 각각 관객 77만1천699명, 161만2천554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10년 `의형제`로 550만7천106명을 모은 데 비하면 크게 떨어진 성적이다.
설경구 역시 지난해 말 개봉한 `타워`(518만1천38명)로 체면 치레를 하긴 했지만, 전작인 `해결사`(2010년)와 `용서는 없다`(2009년)가 각각 187만3천327명, 114만4천238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09년 `해운대`로 1천145만3천338명을 모은 이후 이렇다 할 흥행 파워를 내지 못했다.
설경구는 2010년 말부터 2년여간, 송강호는 지난해 3월부터 1년6개월여간 개봉작을 내지 않아 대중에게서 다소 멀어진 듯 했지만, 그 사이 두 사람은 절치부심 새 작품들을 잇따라 찍어냈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각각 다른 투자배급사들의 전략상 이유로 올해 하반기 한꺼번에 잇따라 개봉하게 됐다.
올해 첫 타석에서 두 사람은 모두 좋은 성적을 올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설경구는 지난 7월3일 개봉한 `감시자들`에서 정우성, 한효주와 함께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550만6천802명의 관객 동원을 이끌었다. 상업영화의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서는 관객수 자체보다 투입한 제작비 대비 수익률이 중요하다고 할 때, `감시자들`은 크지 않은 제작비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효자`였다.
송강호 역시 지난 7월31일 개봉한 `설국열차`로 현재까지 누적관객 924만380명을 모으며 이름값을 했다. `설국열차`가 총제작비 430억 원에 달하는 대작이긴 하지만, 해외 판매 수익을 감안해 국내 시장에서 투자배급사가 손익분기점으로 잡은 수치를 넘겼다. 게다가 `설국열차`에 대한 열렬한 마니아 관객들의 지지도를 고려하면 송강호의 팬층 역시 여전히 두터워 보인다.
`감시자들`과 `설국열차`는 개봉 시기가 4주 가량 차이가 나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지만, 두 번째 타석인 `스파이`와 `관상`은 개봉일이 1주일 차이밖에 나지 않아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영화계에 따르면 두 배우의 작품이 정면으로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 모두 연극배우 출신으로 같은 해인 1996년(송강호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설경구는 `꽃잎`) 데뷔해 17년간 영화계에서 활동했지만, 1주일 차이로 작품을 개봉한 경우는 없었다. 두 사람의 맞대결이 더욱 화제가 되는 이유다.
두 사람 모두 코미디와 드라마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번엔 설경구가 가벼운 코미디로, 송강호가 더 무게 있는 사극 드라마로 관객을 만난다.
우선 지난 5일 개봉한 `스파이`는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청신호를 밝혔다. 명절 연휴에 강세를 보이는 코미디라는 점도 유리한 요인이다. 하지만, 화려한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관상`이 개봉(11일)을 앞두고 예매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등 기대치가 높아 초반 흥행이 예상된다. 대목인 추석 연휴까지 앞으로 열흘간 관객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후 설경구는 10월2일 `소원`으로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딸아이의 상처와 아픔을 함께 견뎌내는 아빠 역할이다.
송강호의 `변호인`은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송강호는 1980년대 인권 변호사를 연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