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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이 도심을 살린다

등록일 2013-09-10 02:01 게재일 2013-09-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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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의 묵은 숙제는 “공동화된 도심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이다. 이런 문제는 포항만의 일은 아니다. 외곽 키우기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도심이 비어진 도시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중앙시장은 공동화를 막고 시들어가던 시장을 재생시킨 모범사례가 됐다. 이 시장도 1990년부터 활기를 잃기 시작했다. 많은 다른 도시들과 같은 운명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2011년 2월부터 도시재생신탁센터를 구성해서 자발적으로 기금 7천만원을 모았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빌려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행정기관에서도 동조하면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심의 슬럼화를 걱정하던 일반 시민들도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상인과 시민과 행정이 3박자로 손뼉을 맞추니 일은 순조롭게 추진되었다. 빈 상가건물에 예술인들을 초대해 작업실로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젊은이들의 음악과 댄스, 공예가의 작업실, 아트 페인트, 아동인형극, 마임 등 온갖 재주꾼들은 다 참여했다.

예술인들을 모아놓으면 반드시 `일`을 낸다. 이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천외한 예술을 창작해서 남들을 놀라게 하고, 그래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문화예술의 힘인데, 그 위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곳이 `비어 있는 도심`이다. 가뭄에 시들고 있는 채소에 뿌려주는 물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문화예술이다.

이런 현상은 멀리 갈 것 없이 대구시 대봉동 수성교 근처의 방천시장에 가면 바로 보인다. 대구 3대 시장의 하나였던 방천시장이 명맥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때 이 전통시장을 살려야 하겠다고 먼저 나선 쪽은 구청이었다. 빈 점포 주인과 문화예술인들을 설득해서 점포를 작업실로 활용하는 노력을 경주한 것이다. 그리고 봉덕동 출신의 팝음악가 김광석을 기리는 `김광석 거리`를 만들고, 화가 음악가들이 모여 그를 기리는 작품을 제작했다. 130m 거리의 담벽에는 김광석 관련 그림과 시가 빼꼭히 적혀 있고, 늘 그의 음악이 흐른다. 2009년부터 변모를 시작한 방천시장은 지금 관광객들까지 구경와서 흥청거리는 명소가 됐고, 시민들도 “막걸리 한 잔을 마셔도 방천시장에 가서 예술과 더불어 마셔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포항도심을 살리는 일도 문화예술과 접목하면 된다. 농악패와 각설이패도 불러오고, 젊음의 광장도 만들고, 빈 건물을 이용해 농산물을 가꾸는`도시농업`도 시도하고, 포항출신의 화가, 음악가, 문학인을 기리는 공간도 조성하고, 특히 수필`보리`의 작가 한흑구 선생을 기리는 문화행사를 거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술인들이 활동할 공간을 마련해주면 그 곳은 불원 도시의 명소가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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