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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 옆 축사… `찡그린 참배`

김기태기자
등록일 2013-09-04 00:11 게재일 2013-09-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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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송라면서 해군전적비 제막식 행사<Br>참가자 악취로 곤욕… `근시 행정` 지적

순직 한미 장병들의 넋이 담긴 충혼탑 경계부근에 한우 농가가 들어선 것과 관련해 근시안적인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전국에서 찾아오는 군 장성 및 장병과 시민들이 충혼탑 참배를 위해 이곳을 찾지만 악취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는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다 순직한 해군육전대 전사자들을 넋을 기리기 위한 `해군육전대 전적비` 제막식이 3일 오후 포항 북구 송라면 한미해병대 충혼탑 부지에서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생존 해군육전대원, 해군 간부, 박승호 포항시장 등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인근 한우 축사에서 풍기는 심한 악취에 곤욕을 치렀다.

약 50여분간 진행된 행사에 참석자들은 내색도 하지 못한 채 야릇한 냄새를 맡을 수 밖에 없었다. 행사 직후 한 참석자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미해병대 충혼탑과 해군육전대 전적비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장소 바로 경계에 축사가 들어선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난 1984년 3월 24일 CH-53 헬기 조종사 휴스턴 대위는 악천후를 무릅쓰고 영덕의 시루봉 일대에서 야간 저공비행을 하다가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고로 당시 함께 탑승하고 있던 미 해병 18명과 우리 해병 11명이 숨졌다. 한미해병대 충혼탑은 1989년 숨진 한미 해병대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다.

그러나 악취의 원인인 한우축사는 지난 2004년 5월 포항시로부터 관련 절차를 모두 통과, 시설물 준공을 득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행정의 표본을 드러내고 있는 것.

서울에서 이날 행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한 참석자는 “우리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장병들의 혼이 담긴 곳에 악취가 풍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행정당국의 관심을 당부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역사와 장병들의 혼이 기린 곳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행정이 대처했다면 축산농가 허가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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