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달 강수량 평년의 42%, 들녘 바싹바싹<br>냉수대 이어 적조 덮쳐 포항·경주 등 60억 피해<br>농작물·수산물 수급 못맞춰 추석전후 더 걱정
경북 동해안이 유난히 힘든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지난달 초 냉수대에 이어 적조까지 덮치며 연안어장과 양식장을 초토화시켰다. 육상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심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여기저기서 다가올 추석 대목을 어떻게 쇠야할지 한숨 소리만 커져가고 있다.
<관련기사 4, 8면>
□가뭄 또 가뭄 … 타들어가는 농심
올여름 낮 최고기온 35℃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덩달아 비도 내리지 않아 농업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포항기상대에 따르면 포항지역의 여름철(6~8월)강수량은 19일 현재 240.8㎜로 평년(572.2㎜)에 비해 42.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포항지역 저수지 297개소의 저수량은 277만5천t으로, 계획저수량 403만8천500t의 68.7%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작물도 가뭄에 바짝 타들어 가고 있다. 배추, 대파, 부추 등 채소는 가뭄으로 파종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참깨, 고추도 생육에 활력을 잃어 수확량 감소로 비상이 걸렸다.
벼도 본격적으로 이삭이 팰 시기에 충분한 양의 물이 필요하지만, 저수지 물부족으로 물대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급수 취약지역인 남구 동해면, 장기면, 대송면, 구룡포읍 등 남구지역 45개소, 북구 흥해읍, 송라면, 청하면, 기북면 등 북구지역 31개소 주요 하천에 대한 굴착작업을 실시하는 등 비상용수대책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저수지가 없는 지역인 남구 오천읍 원리, 대송면 상동리, 호미곶면 강사리, 북구 청하면 신흥리 일대는 소방차를 이용한 비상식수지원이 시작됐다.
시는 이달 말까지 `가뭄대비 단계별 비상 급수대책`의 1단계인 하천굴착, 급수차량 지원 등을 실시하고, 가뭄이 해갈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부터는 2단계인 지하수 암반관정 작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냉수대에 이어 적조까지
지난달 8일 경북 동해안에 영향을 미치던 냉수대로 인해 포항 구룡포읍, 장기면 일대 가두리 양식장 8곳에서 양식중인 참돔, 방어, 고등어 등 100여만 마리의 어류가 집단으로 폐사하는 등 포항과 영덕, 경주 일대 10여개 양식장에서 총 60억여원의 피해를 냈다.
냉수대 현상으로 해상가두리 양식 어류가 집단폐사했고, 연안 어획량마저 감소했다. 냉수대에 이어 어민의 `공공의 적`이라 불리는 적조현상까지 덮쳤다.
지난달 27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호미곶면 동쪽 4.83㎞ 해상에서 발생한 적조는 현재 경북 동해안 전역으로 확대돼 양식장, 연안어장 등에 잇따라 피해를 주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상태다.
포항시에 따르면 19일 현재 포항지역 18개 양식장에서 113만6천여마리가 폐사해 시 추산 13억9천여만원, 시가 기준 44억3천여만원의 피해를 냈다.
□어민·상인들 “추석 이후가 문제”
냉수대와 적조가 잇따라 동해안을 강타하면서 바다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어민들과 상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름철에는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고 더운 날씨에 활어회, 생선 등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현재까지는 피해가 와닿지 않고 있지만 추석대목이 끼어있는 다음달 이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조 현상이 짧게는 9월 중순, 길게는 10월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발표는 대게, 문어, 대구, 가자미, 오징어 등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시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8일 포항 죽도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여름철에는 수요와 공급이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공급되는 물량이 평소의 80~90% 정도이긴 해도 적조의 영향을 크게 느끼고 있지는 않다”며 “하지만 가을이 되면 수산물을 찾는 사람이 자연스레 많아지고, 적조피해 누적량도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보여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으로 미뤄볼 때 올해 적조는 9월 하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적인 현상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