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지역 폭염이 예사롭지 않다. 인사사고가 일어나고, 가축이 폐사했다. 중부지역은 비가 그칠 새 없고, 남부 지방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10일에는 달성군 옥포면 공사장에서 일하던 한 모(47)씨가 숨졌고, 의성군에서는 밭일하던 50대 여성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칠곡에서도 하우스에서 일하던 이모(48)씨가 쓰러졌다. 의성군에서는 닭 3천700여 마리가 폐사했다. 대구는 22개 학교, 경북은 18학교가 단축수업을 단행했다. 그런데 영덕교육청이 교육장배 풋살경기를 폭염속에서 강행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자, 마지못해 중단했다고 한다. 어린 초 중학생들이 살인더위속에서 야외 경기라니, 무모했다.
폭염속에서도 청량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안동경찰서 주변에서는 길조로 알려진 파랑새들이 기맥을 잃은 채 발견돼 경찰서 직원들이 구제에 나섰다. 외상은 없으나 더위 탓에 날지 못하고 탈진한 파랑새를 직원들이 사무실에 데려다가 물을 먹이고, 벌레를 잡아 먹여 원기를 회복시킨후 동물병원에 데려가 전문적인 치료로 완쾌시킨 후 자연에 돌려보냈다. 그 전날에도 투명한 초소 유리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아 뇌진탕을 일으킨 파랑새를 유재문 경사가 발견, 동물병원에 입원시켜 포도당과 산소 공급으로 응급치료후 방생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남에 앉지 마라/녹두꽃이 떨어지면/청포장수 울고 간다”란 민요에 나오는 파랑새는 우리와 친숙하다. 고목이나 침엽수림, 농경지 부근에 사는 파랑새가 경찰서에 와서 쓰러진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새들도 무더위속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투명 유리를 들이받고 정신을 잃는 모양이다. 경찰관들이 파랑새를 잘 보호해주고 치료까지 해주어 자연으로 날아갔다니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포항시는 무더위를 이길 아이디어를 발굴해 불쾌지수를 한결 낮추고 있다. 시는 기온이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열흘째 계속되지만 냉방기를 켜지 않고 여름 간편 근무복 `쿨 맵시`로 잘 버티고 있다. 포항시는 시화인 장미 무늬가 새겨진 감색, 파랑색, 다홍색 등 3가지 천으로 쿨맵시룩을 제작했다. 직원들은 3가지 색깔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복으로 착용한다. 직원들도 그렇지만 시청을 찾는 민원인들도 시원한 감을 느끼며 “장미 계절 여름철, 시청이 온통 장미꽃밭으로 변해 한결 보기 좋다”고 한다.
시는 또 `쿨맵시 드레스코드 가이드북`을 만들어 전 시민들이 쿨맵시 착용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공무원과 전 시민이 형형색색의 장미꽃을 입고 다니며 포항거리를 장미물결로 넘실거리게 하는 것도 피서철에 괜찮은 볼거리가 될 듯하다. 불쾌지수 높은 계절에는 `즐거운 일` 아이디어를 자꾸 발굴해야 분쟁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