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 김주리역 `윤아정` <BR>맡은 역할과 함께 연기자로서 성숙해가는 과정<bR> 최대한 시청자가 인물에 공감하도록 연기 하고파
이 배우 예상과 다르다.
깍쟁이로 보였는데 털털하고, 냉정할 것 같았는데 따뜻하게 웃는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엄친딸`이라기보다는 항상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노력파`다.
최근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에서 완벽한 부잣집 딸 김주리 역을 맡은 배우 윤아정의 이야기다.
봄꽃이 연상되는 무늬의 화사한 원피스를 입은 그를 따사로운 햇살이 환히 비추던 최근 서울 중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났다.
“김주리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은 `악역`이라 얘기하지만, 속내를 감추고 혼자 앓기보다 솔직하게 내지르고 당당하게 말하는 측면에서는 매력도 큰 것 같아요.”
김주리는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서 멀어지자 광기 어린 질투와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드라마에서 갈등 구조를 떠받치다 보니 부담도 작지 않을 것 같다.
“캐릭터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어요. 악역이라도 항상 못된 행동을 하는 장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아픔이나 지나온 이야기를 표현하는 장면도 있잖아요. 최대한 시청자가 인물에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는 이어 “시청자가 때때로 `(캐릭터가) 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라고 말해주면 정말 힘이 되고 감사하죠”라고 덧붙였다.
실제 성격을 묻자 “드라마에서처럼 악하지는 않다”고 웃으면서도 “실제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혼자 앓는 성격은 아니에요. 솔직한 편이죠”라고 털어놨다.
그에게 `김주리` 캐릭터의 의미를 묻자 한참을 고민한다. 중요한 캐릭터인 만큼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설명하는 표현을 찾고 싶단다.
“김주리 캐릭터는 한마디로 내게 `성장통`이에요. 인물 자체도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고, 나로서도 지금 아직 연기자로서 부족한 상황에서 성숙해가는 과정이니까요.”
그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연기자의 길을 결심했다. 처음 무대에 올린 연극에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았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직업으로의 연기를 시작할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표현으로 잠시 `갈팡질팡하다`가 지금 소속사에 들어오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가 상대적으로 늦은 만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다.
“시트콤이나 사극 같은 다른 장르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망가지는 푼수 역할이 좋을 것 같고요, 의리있는 무사 역할도 해보고 싶네요. 내가 털털하고 빈틈이 많아서, 실제 모습에 가까운 역할이면 시청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시절 처음으로 뮤지컬을 해봤는데 기억에 너무 남아서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목소리가 좋아 노래도 잘할 것 같다고 했더니 `어림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내 노래 실력은 100점 만점에 51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뮤지컬이 매력적인 예술이어서 해보고는 싶은데, 그러려면 연기는 물론 노래와 춤까지 앞으로 엄청나게 열심히 배워야겠죠.”
젊은 배우들이 곧잘 연기력 부족으로 구설에 오르는 것에 비하면 윤아정은 발음이 정확한 배우로 꼽힌다. 서울 토박이인줄 알았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나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대학시절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사투리를 교정하려 발음 연습을 엄청 했어요. 볼펜을 입에 물고 살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첫 드라마 때는 아나운서가 연상된다고 칭찬도 받았죠. 이제는 너무 정확한 발음이 시청자에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편하게 하려고 해요.”
지난주 38회가 방송된 `백년의 유산`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는 일단 `백년의 유산`에 집중해야 하지만 드라마든 영화든 좋은 기회가 오면 차기작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한다.
“드라마 사랑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모두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니 더 큰 관심 부탁드려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