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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4-29 00:25 게재일 2013-04-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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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젠틀맨`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음악성 자체보다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 풍자 깃든 춤, 언어유희가 섞인 노랫말 등이 지구촌 사람들의 보편적인 음악 정서를 충분히 자극해주고 있다. 특히 `나랏말쌈`에서 자유로운 말장난 같은 가사의 전략적 배치도 노래의 파급력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본다.

이처럼 언어유희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좋은 매개물이다. 진은영의 시 `대학시절`은 맛깔나는 말장난을 전면에 내세워 청춘의 지난한 현실을 노래한다. `내 가슴엔/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우울한 염소가 한 마리/살고 있어/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시시한 시들만 토해냈네/켜켜이 쏟아지는 햇빛 속을 단정한 몸짓으로 지나쳐/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빈둥빈둥 노는 듯하던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며/담담하게 담배만 피우던 시절`.

비슷한 말들의 소란을 빌려 이십대를 회상하는데, 같은 경험을 거친 독자라면 그게 더한 신뢰감으로 다가오는 거다. 청춘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명랑발랄해서만이 아니라 다시 오지 않을 `멜랑콜리`의 정점을 맛보기 때문이다. 수전 손택에 의하면 `멜랑콜리에서 매력을 뺀 게 우울증`이라고 했다. 단순한 우울이나 비애로 설명할 수 없는 세련된 우울의 정서인 멜랑콜리를 이십대 때의 시인은 `멜랑멜랑한 꼬리`를 가진 `염소 한 마리`로 정의하고 있다.

청춘의 염소는 종일토록 종이만 먹어치우며, `시시하기 이를 데 없는 시`만 토할 수밖에 없다. 앞선 친구들의 속도감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현실감과 멀게 태어난 시인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빈둥빈둥 빈센트 반 고흐`처럼 보장된 바 없는 미래를 생각하며 `담담하게 담배만 피우`며 시간을 축낼 뿐이다. 누군들 아프지 않을 청춘이었을까. 누군들 멜랑콜리하지 않을 이십대였을까. 하지만 누가 이처럼 매혹적인 언어유희로 자신의 멜랑콜리한 청춘을 `화끈하고 말끔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젠틀맨`을 들으며 제 청춘에 말장난 걸어본다. 알랑가몰라 아리까리한 그 시절.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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