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문화원 착각 불 지른듯<bR>건물 일부 그슬리는 피해<Br>CCTV 용의자 2명 추적
대구 도심에서 과격 반미단체가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방화 소동이 벌어졌다.
22일 오전 7시7분께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9층짜리 사설 어학원 빌딩 3층 승강기 입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고,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놓여 있다는 건물 청소직원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구조대 등 50여명이 긴급히 출동했다.
경찰은 이날 소동이 벌어진 건물 3층에 미문화원 부설 평생교육원이 입주해 있어서 반미 감정이 있는 과격 반미단체가 이 건물을 미국문화원으로 착각해 불을 지르고 반미 유인물을 뿌린 뒤 달아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불은 폭발물이 원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는 복도에 있던 전단 등이 불에 타 건물 벽 일부가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지만 청소직원이 즉시 진화해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타다 남은 신문지와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병 1통과 드링크제 2병, 깨진 형광등 등이 발견됐으며, 실체가 불분명한 반미반파쇼투쟁위원회 명의의 A4 용지 5매 분량의 유인물이 뿌려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유인물에는 “미국은 지난 100년 넘게 우리 민족에게 천인공노할 야만적 범죄를 저질러 왔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땅 위에서 핵 전쟁까지 일르키려 하고 있다”며 “이제는 미국과의 악연을 끊을 때가 왔다”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신고자가 `펑`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지만 형광등 터지는 소리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펑`하는 소리는 형광등에 불이 붙어 터졌을 가능성이 있고, 폭발물은 없지만 만일을 위해 인근 시민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또 “과격 반미성향을 지닌 누군가가 이 어학원을 미국정부와 관련있는 미국문화원으로 잘못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곳은 `대구 미문화원`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문화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초중학생 대상의 사설 어학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건물 CCTV 분석을 통해 배낭을 맨 젊은 남자 두명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이날 오전 6시30분께 학원 건물에 들어서는 화면을 확보해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