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원 이성근 원장(62)의 연임문제를 둘러싼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보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는 지난 달 26일 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의 연임과 관련, “이 원장이 지난 1년9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우수 연구인력 유출, 원고 대필, 특정 정당에 치우친 행보 등 비전과 도덕성, 소통과 관리능력에서 아주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면서 “연구원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끝난 현 원장을 재임명하는 것은 산소호흡기로 대구경북연구원을 연명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현 이성근 원장의 연임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인사권자인 대구시와 경북도의 대응 행보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당초 1년9개월 남짓한 잔여임기를 마친 이 원장을 연임시킬 것으로 알려졌던 대구시와 경북도는 노조의 반대기자회견 이후 연임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이사회를 취소한 데 이어 이 원장의 퇴진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이 원장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해온 대구시와 경북도는 노조가 집회를 열고 연임을 반대하자 눈치만 보며 “그냥 조용했으면…”하는 생각으로 퇴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시나 경북도가 현 이성근 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노조가 주장하는 여러 이유들에 대해 사실여부에 대한 조사나 감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란 지적들이 많다. 이 원장이 노조가 문제삼은 사안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밝혀 달라”며 시도에 감사를 청구한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연구원 노조가 주장하는 이 원장의 `문제`는 대구시나 경북도가 실제 조사에 나서면 어렵지 않게 밝힐 수 있는 내용으로 판단된다. 결국 대구시나 경북도가 논란 자체를 문제로 보고 공공기관장을 내모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래서야 차기원장으로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제대로 일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대경연 이사장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번갈아 맡아 원장을 추천하고 있는데, 현 이사장은 김범일 대구시장이 맡고 있어 후임 원장은 시장추천으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후임원장이 누가 뽑히든간에 대구시와 경북도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에 원장의 거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구 경북을 대표하는 공공정책 연구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의 명예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좀더 책임 있는 자세로, 신중한 인사원칙을 고수했어야 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자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