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님처럼 글을 쉽게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남들 한 시간이면 끝날 쓸 거리도 밤새 잡고 있을 때도 있어요. 이승우 작가가 한 말이라고 님이 제게 전해주셨지요. `글은 한 번도 내게 쉬웠던 적이 없었고 만만한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질린 적도 없기 때문에 여태껏 쓰고 있다`라고. 그렇습니다. 자발적 고통에 발 들여놓은 이상 운명처럼 그냥 쓰는 겁니다. 질리도록 글에 휘둘려보지도 않았으면서 곧잘 징징댔던 저를 반성합니다. 진실로 쓰는 자는 그 시간마저 묵묵히 손가락끝을 놀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 잘 쓰시는 님, 겸손하게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냐고 물어오신 님, 님이 답을 알지 못하듯이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는 말에 가장 적용하기 쉬운 예가 글쓰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쓰기는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노력에 비례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정직한 손자취` 만큼의 앞날을 예고한다고 믿습니다. 무심코 쓴 헐렁하고 삐걱대는 글, 아무 훈련 없이 뱉어낸 숱한 문구들, 별 고민 없이 직조한 어설픈 문장들. 이들이 얼마나 비경제적이며 비문학적인지는 글쓰기 관련 책들이 깨쳐줍니다. 이 기본 단계만 넘겨도 글쓰기는 한결 수월해집니다.
문장의 경제성, 문체 미학의 예술성, 문장의 밀도 등이 온몸에 착착 감기도록 쓰는 작가는 부지기수입니다.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문구 하나로 제가 전전긍긍할 때, 매혹적인 고수들은 그것을 버리면서도 살아있는 글을 씁니다. 절망이자 희망인 그들을 보면서 힘을 내봅니다. 님께 너무 주제넘은 얘길 했지요? 용서 바랍니다. 이 넋두리는 님께 보내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은 제게 하는 말이랍니다. 부디 좋은 글 쓰시고, 저에게도 용기를 주시기 바랍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