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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산불로 본 산불감시원 `빛과 그림자`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3-03-20 00:05 게재일 2013-03-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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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입장선 비교적 여건 좋아 10대 1 경쟁률도<br>화재발생때 근무태만 드러나면 해고 등 문책 일쑤

임야 79㏊ 소실, 재산피해 54억원, 건물피해 111채, 사상자 27명(사망 1명), 116명에 이르는 이재민까지….

지난 9일 포항 도심지를 17시간 동안 강타한 화마는 주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예방활동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이같은 산불예방 활동의 최전선에 서있는 산불감시원들. 포항시 남구청 119명, 북구청 145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산불집중발생 기간 6개월(11~5월)간 각 구청에서 진행하는 공개채용으로 선발돼 읍·면·동 별 지정된 담당구역에서 근무를 서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담당구역 주변에서 감시활동을 벌이다 불이 나면 지휘계통에 따른 보고 후 주민들을 동원해 초동진화작업을 벌인다.

소나무 벌목, 쓰레기 소각 중 산림훼손 등 산림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도 중요 업무다.

만 20세 이상 63세 이하로 연령제한이 있지만 실제 감시원 대부분이 55세 이상 은퇴자로 구성돼 있다. 1일 8시간(오전9시~오후6시) 근무에 일당 4만2천300원(월평균 135만원), 주·월차수당 지급, 4대보험 의무가입, 유류비지원 등 다양한 혜택은 지원자들에게 선호 직종이 되기 충분하다.

산불감시원 이모(57·포항시 남구)씨는 “2년 전 회사에서 정년퇴직하고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산불감시원 정보를 듣고 지원했다”며 “읍·면·동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경쟁이 심한 곳은 10대1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불감시원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담당구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경우 화재예방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모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산불감시원 위치관리시스템(GPS)이 도입되면서 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의 위치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돼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가 화재가 나면 문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포항 용흥동 산불사건에서도 담당 산불감시원이 해고되기도 했다. 그는 화재 당시 구역내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헬기요청, 상황실 보고 등 근무자로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화재발생 10여분이 흘러 뒤늦게 현장에 도달해 다른 감시원들과 함께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화재는 이미 커질대로 커져 재앙으로 변해버린 뒤였다.

포항시 북구청 관계자는 “평소 성실히 근무해왔던 감시원이어서 해고 여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수많은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 화재였던 만큼 다른 산불감시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해고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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