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계란 한 판

등록일 2013-03-11 00:03 게재일 2013-03-11 22면
스크랩버튼
고 영 민
대낮, 골방에 처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 계란---(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 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여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원을 들고 나선다

우리네 삶의 가장자리에 가끔 만나는 계란장수의 계란 사라는 확성기 소리를 시인은 생계의 운율이라 말하고 있다. 참 재밌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끝없이 반복되는 단순한 그 호객 소리가 우리의 귀를 스쳐 지나기도 하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보고 마음에 담아보면 그 소리 속에는 단단하고 절실한 생계의 운율 같은 것이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