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 민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 계란---(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 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여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원을 들고 나선다
우리네 삶의 가장자리에 가끔 만나는 계란장수의 계란 사라는 확성기 소리를 시인은 생계의 운율이라 말하고 있다. 참 재밌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끝없이 반복되는 단순한 그 호객 소리가 우리의 귀를 스쳐 지나기도 하지만, 가만히 귀 기울여보고 마음에 담아보면 그 소리 속에는 단단하고 절실한 생계의 운율 같은 것이 스며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