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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야, 지아야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1-23 00:31 게재일 2013-0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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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은 웃음을 줄 때가 많다. 드라마는 습관이 되지 않아 지겨워서 못 보고, 텔레비전 영화는 작정하고 보는 것이 아니면 잠이 와서 포기하기 일쑤이다. 그나마 예능과 다큐멘터리에 쉽게 빠지는데, 예능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는데 그만이고, 다큐멘터리는 경험하지 못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주니 즐기게 된다.

요즘 신설된 예능`아빠, 어디가`덕에 웃다가 울다가 한다. 큰 즐거움이다. 아이들과 아빠들이 오지 마을 자연 속에서 여러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등장하는 아이들이 하나 같이 순진무구하다. 어린이의 외관만 가졌을 뿐, 성인 연기자 저리가랄 정도의 탤런트 기질을 뽐내는 여타 프로그램 아이들과는 좀 다르다. 시청자로서는 돈 들이지 않고 청량 음료를 마시는 기분이랄까.

얼굴만 귀엽고 천진한 게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살아있다. 이유 있는 떼를 쓰다가도 의젓한 형 노릇을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매사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넉살좋은 붙임성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다. 청아한 모습으로 새침한 듯 무심한 매력을 발산하는 여자애가 있는가 하면, 애틋하고 난만한 모습으로 그 애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려는 아이도 있다. 그 어떤 가공된 연기 없이 아이들은 즉흥적이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 중 윤후는 어린아이가 내뿜을 수 있는 좋은 캐릭터를 다 가지고 있다. 개구쟁이이면서 의젓하고, 호기심이 많으면서도 배려가 깊다. 이성에 대한 숨길 수 없는 관심이 있으면서도 남자애들 사이엔 의리도 있다. 매순간마다 `지아야, 지아야`를 외치며 여자애를 챙기는 윤후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한 때 저마다 순수했을 어린 시절을 돌이키게 된다.

살다 보면 세상이 동심을 잃게 하겠지만, 그 고운 천성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룻밤 기획으로 끝날 게 아니라 그 순수함이 시청자에게 통할 때까지는 살아남는 프로그램이 되어줬으면 한다. `지아야, 지아야` 외치는 투명한 동심이 큰 위로가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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