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택시법은 대다수 국민과 관련 전문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야 정치권이 지난 대선에서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표를 의식해 졸속으로 만든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 택시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대중교통 정책의 근간까지 무너뜨리면서 막대한 국민 혈세를 퍼붓는 땜질식 처방을 법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기존의 대중교통법은 대중교통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 내용을 삭제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켰다. 수송분담률이 9%에 불과한 택시를 버스(31%)나 지하철·기차(23%)와 똑같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대접하는 것은 국민의 상식에도 어긋난다. 한마디로 택시법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통용되어온 `대중교통의 기준`을 흔들어 버렸다는 말이다. 만약 이대로 택시법이 시행된다면 다양한 이익집단이 유사한 요구를 했을 때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
택시업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 과잉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택시의 수송인원은 2010년 37억명으로 13년 전에 비해 30%가량 줄어든 반면, 차량 수는 25만대로 20%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감차와 같은 구조조정과 서비스 개선, 택시요금 현실화, 택시 노동자들의 임금체계 개선 등의 조치가 더 급하다. 더구나 택시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택시 사업자에게만 혜택이 가고 택시 노동자의 처우는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택시업계와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헌법 제53조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회 의결 법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금처럼 국회가 표를 의식해 택시법과 같이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을 제정했을 때 행사하라고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물론 임기 말이고, 여야 합의로 처리된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라는 점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판단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한다. 일단 거부권을 행사해 택시법을 국회로 다시 돌려보내고, 여야 정치권은 이를 수용하는 게 늦게나마 잘못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본다. 택시업계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대안을 새로 마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