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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공약 시행, 철저한 준비를

등록일 2013-01-15 00:25 게재일 2013-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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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학교 1학년 한 학기에 한해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시행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자유학기에는 필기시험 없이 독서, 예체능, 진로체험 등 자치활동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자유학기제 시행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는 해당 학기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신 토론, 실습, 다양한 자율적 체험학습을 받도록 해서 진로탐색을 돕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을 배우더라도 지금과는 달리 시험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환경이 바뀐데다 갑자기 늘어난 공부 부담으로 첫 학기를 힘들게 보낸다. 필기시험 준비에 허덕대느라 진로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필기시험 대신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미래를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미도 알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녀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성적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면 평가를 어떤 식으로 할지도 문제다. 특목고 등 고교입시에서 중학교 내신이 반영되는데, 공정한 평가를 보장할 수 있을지 학부모들은 걱정이다. 진로탐색 교육 인프라 구축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 체험학습이나 실습, 진로교육을 위한 내실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도입한다면 한 학기를 허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인수위는 올해는 하반기 시범학교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 단위로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면 충분한 검토를 거쳐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세한 운영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연구해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교사들을 교육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그 많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실습이나 직업체험을 시키려면 상당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학생들은 시행착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학기제의 시행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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