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부 판사들은 피고인을 협박하거나 황당한 제안을 하고 막말과 고함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혼 사건을 담당한 한 판사는 이혼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부인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가면 된다. 부인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할 수 있다”고 말해 혀를 내두르게 했다. “누구에게 이런 못된 버릇을 배웠냐”는 등 반말과 폭언을 하고 “똑바로 앉아, 여기가 어디라고…”라며 고함을 지른 사례도 있었다. 한 판사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판결문 쓰기가 어려워 기각할테니 소송을 취하하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재판을 3시가 다 돼서야 시작하는 등 네 차례 변론기일 중 세 차례나 1시간씩 늦은 `지각쟁이` 판사도 있었다고 한다.
판사들이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지탄을 받은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때마다 숱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아직도 이런 불량 판사들이 버젓이 재판을 하고 있다니 이만 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다섯번째 `법관 평가`를 했지만 불량 판사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 `부러진 화살` 등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사실관계를 떠나 사법부에 대한 시민들의 이런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능력과 품격을 겸비한 훌륭한 법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라면 여전히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떠올리는건 이런 일부 불량판사들의 저열한 언행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부가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일부 불량 판사들이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말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막기 위한 실태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송 관계인을 상대로 상시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법관 개인별로 맞춤형·참여형 연수과정을 개설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런 조치들은 지체없이 강력히 시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권위적인 사법부 문화의 개선 노력도 펼쳐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막말을 일삼는 불량 판사들이 존재하지 못하도록 사법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