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방폐장, 주민합의 이대로 좋은가

등록일 2013-01-04 00:18 게재일 2013-01-04 23면
스크랩버튼
방폐장은 국내에서 나오는 어떠한 방폐물이라도 처리·보관하기 위해 조성됐다. 방폐장 조성이란 국책사업이 추진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치적·경제적 비용이 들었는 지 말로 하기 어렵다. 이를 둘러싼 지역갈등 역시 적지않았다. 18년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 사회적 갈등은 물론 정치적 시비에 이어 천문학적인 사회적 경비가 허비됐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통해 가까스로 조성된 방폐장 사업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폐장 관련 사업은 사업자와 인근 주민간에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산경험이었다. 그런데 최근 서울 노원구 도로에서 발생된 방사성이 함유된 폐아스팔트 처리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경주시가 보인 행태는 방폐장 조성과정에서 배운 `산 경험`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듯 보여 유감이다.

말썽이 된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2011년 월계동 도로에 방사성이 함유된 도로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도로 포장재에 대한 방사선 측정 결과, 시간당 최고 1.4μ㏜(마이크로시버트)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노원구 측은 478t을 수거해 임시시설에 보관했다. 그러나 구청 측이 이 폐기물을 임시시설에 옮기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결국 원전사업의 최고 결정기관인 원안위가 개입해 이를 `경주 방폐장`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원안위는 갈등 예방차원에서 지난해 경주 소재 원전 및 방폐장 감시기구 설명회를 통해 “노원구에서 문제가 된 방사성 도로폐기물은 아주 약한 방사성 폐기물로,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 임시보관하는 것은 법적인 것은 물론이고 안정성에 있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동경주지역 주민들은 “방폐물 인수저장시설은 검사시설인데 저장물 반입은 말도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이 또 다른 쟁점을 남기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지난 달 30일 경주시장까지 나서서 원안위 등과 동경주 3개 읍면지역발전협의회가 합의한 내용에는“다른 지역 방폐물 반입은 주민들과 합의를 해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됐다. 이렇게 되면 향후 다른 방폐물 반입때마다 주민합의를 해야 하고, 국민의 혈세를 보상금으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방폐장은 조성사업때 이미 특별지원사업비 3천억원이 지급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나 지자체가 방폐물 반입때마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이런식의`합의`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다. 방폐장과 관련해 정부가 언제까지나 지역주민에 끌려다니며 합의를 해서야 될 일인가. 관계기관의 원칙있는 대응책이 아쉬울 뿐이다.

2030, 우리가 만난 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