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지난 25일 업무 관련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권력주변의 인사들이 `명패`하나만 들고 공기업의 자리를 꿰차는 구습을 타파하겠다며 낙하산 인사근절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줄대기 등을 통해 어떻게든 한 자리 챙기려는 일련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요즘 청와대 출신 인사 가운데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새롭게 둥지를 튼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공모 과정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미리 `짜고치는 고스톱`식의 각본대로 선출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청와대 근무 경력을 지닌 참모진들이 최근 대거 감사 자리를 차지한 일도 회자되고 있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는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도 상대적으로 부각이 크게 되지 않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희망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보직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래서 박 당선인이 이번에`낙하산 인사 근절`발언은 차기 정부 출범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동안 러시를 이룰`막판 낙하산 인사`에 제동을 거는 의미도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낙하산 인사는 일시적으로 길목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근절되지 않는다. 임명권자의 의지가 약해지거나 국정현안에 몰두하느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언제 그랬냐는듯 되살아날 수 있다. 이 문제는 공직사회와 권력주변에 만연한 `특권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렵다. 낙하산 인사에는 한솥밥을 먹은 권력집단의 엘리트들이 이른바 `전관 예우`란 미명 아래 퇴직후 일자리를 챙겨주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않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끼리끼리 문화`, `패거리 문화`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뿌리뽑기 어렵다.
특히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내 직원들의 경쟁력을 키워서 자체 승진으로 기관장과 임원자리를 채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종사자들도 `철밥통`속에 안주하는 근무자세에서 벗어나 주인의식을 갖고, 조직혁신을 이뤄낼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어떻게든 현실 권력에 줄을 대고 있는 사람을 모셔와야 조직이 유지ㆍ발전된다는 정부 산하기관 내의 그릇된 믿음도 바로 잡아야 한다.
국민의 혈세로 설립되거나 운영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더 이상 낙하산인사로 휘둘리지 않도록 박 당선인의 낙하산 인사 근절 방침이 잘 지켜지길 바란다. 이런 원칙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 내내 흔들림없이 이행되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