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느냐다. 대선 이후 여야가 처한 현실은 크게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새누리당이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 이행을 돕기 위해 예산과 입법 영역에서 전방위적 지원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여야간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에산안의 경우도 새누리당이 끼워넣으려는 `당선인 예산`6조원이 문제가 되고있다. 대선 전에 민주통합당이 `새 대통령 예산`을 예비해 놓자고 했을 때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던 새누리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다 보니 민주당 역시 “일방적인 예산증액은 안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대선 승패에 따라 정치적 주장의 공수가 바뀐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여당의 입장과 자세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지도부가 와해된 상태에서 암중모색하고 있는 민주당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의석(153석)을 차지하고 있어서 최악의 경우에는 새해 예산안의 일방처리도 가능하지만, 완력으로 통과시키려 해선 안된다. 새해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는 박근혜 당선인과 여당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새 정부의 대통합 의지와 상생정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의 시한만을 강조하는 형식논리로 야당을 옭아매려 해선 안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반드시 야당과의 합의를 만들어내겠다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예산안이 여당에 의해 일방처리 내지 강행처리될 경우 새 정부 출범에 필수적인 정부조직 개편, 초대 총리 지명자 및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에 의해 번번이 발목을 잡힐 게 뻔하다. 그 때마다 원내 과반의 힘에 의존한다면 박 당선인이 공약한 상생정치나 국민대통합은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산과 정책을 하는 데 있어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하겠다”고 강조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발언은 시의적절하다. 새누리당이 부디 대화와 타협으로 예산안을 처리해 희망찬 새해를 열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