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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배기

등록일 2012-12-20 00:44 게재일 2012-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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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해
영천 큰 장

설 대목 두고 좌판 흰 상어 몸값이 오른다

소괴기는 안 써도 돔베기는 올리야제

할매들 양재기 찾아 장터 돌며

대가리도 없고 지느러미도 없는

바다 한 토막

장바닥을 따라 돈다

전기톱으로 자른 토막고기, 한 돔베기

저 큰 몸의 마지막 집이

향 타는 차례상이란 건 마땅한 일이다

골라 낼 가시도 없는 몸

포 떠진 한 토막 살에 새겨 넣은 파도무늬

납작하게 지진 돔베기 산적이

차례상에 오르면

바다는 이 먼 내륙의 영남까지

사통팔달

명절날 상 위에 오르는 산적 중에 맛나기로는 이 돔베기 만한 것이 또 있으랴. 돔베기가 상어고기라는 걸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비린내 없이 담백한 그 맛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시인은 포 떠진 그 돔베기 토막에서 푸른 바다 파도무늬를 보고 있다. 출렁이는 그 물결 한 자락과 물 치는 소리를, 그 푸른 바다를 이 먼 내륙의 영남에서 보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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