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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경제도 생각해야

등록일 2012-12-17 00:13 게재일 2012-12-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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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2년 고객 사은 송년회`자리에서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를 언급했다. 이 뜻은 삼국지에 나오는 말로 `산을 만나면 길을 터 장애를 돌파하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장애를 돌파 한다`는 뜻으로 물러서지 않고, 더디더라도 한 발 한 발 꾸준하게 앞으로 나간다는 의미다. 정 회장이 하필 고객사들을 초청한 송년회 자리에서 이 말을 강조했을까. 아마도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우니 이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객사들이 내년에도 포스코를 많이 도와달라는 얘기다.

분기별 2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도 내년이 고비다, 위기다라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왜 이 말을 직원들에게 했을까. 결국 밖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으면 안에서 절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려울 때는 절약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자는 뜻과 맥락을 같이 한다.

포스코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면서 올해 1조원이 넘는 원가절감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006년 원가절감을 시행한 이후 7년 동안 모두 7조8천억원 이상을 절약한 셈이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1조814억원의 원가절감을 달성했다. 이는 올해 목표치 1조707억원을 이미 초과달성한 것이다. 포스코는 지난 7년 동안 원가 절감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다 동원했다. 원료비를 아끼기 위해 작업 중 실수로 떨어진 석탄이나 철광석 등 낙탄을 찾아 줍는 캠페인을 벌였고, 고철도 모았다. 과거 덩어리 형태로 석탄이나 철광석을 넣던 것도 가루 형태로 바꾸고, 철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 원료 사용을 늘렸다. 조봉래 포항제철 소장은 “올해 원가절감 목표치를 초과달성 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 스스로가 절약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짠돌이 근성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현재 5조원대의 넉넉한 현금보유고를 자랑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포스코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강도 높은 원가절감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는 산하 패밀리사는 물론 외주·협력·연관업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뜩이나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관련 기업들이 포스코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포스코가 내부적인 절약이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그에 따른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은 지역 경제권이다. 포항 경제권이 포스코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 회장의 봉산개도, 우수가교를 곰곰히 되새겨 봐야할 대목이다. 포스코가 잠그면 잠글수록 지역의 경제권은 더욱 위축되고 어려워진다. 내부적인 원가절감도 중요하지만 포항의 경제도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다운 기지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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