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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정수축소, 의원특권 내려놓기 맞나

등록일 2012-12-10 21:39 게재일 2012-12-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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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사퇴한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정치개혁안의 핵심으로 내세운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여의도 정가에서`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사퇴하면서 폐기된 듯 했던 이 사안이 18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주 `(국회의원 정수의) 합리적 수준의 감축`을 민주통합당에 전격 제안했고, 민주당은 뒤질세라 즉각 받아들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안 전 후보도 관심이 많은 것 같고, 국민도 상당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고,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범야권 대선 공조기구인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안 전 후보는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의원 특권포기 방안의 하나로 현재 300명(지역구 246명, 비례대표 54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면서 비례대표 의석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당시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 전 후보측과 경쟁을 벌였던 민주통합당의 문 후보측은 물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측도 “포퓰리즘 아니냐” “국민의 정치불신을 이용하는 선동정치”라는 비난까지 한 바 있다. 그러다가 안 전 후보 사퇴이후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대선 승리의 핵심변수가 되자, 너도나도 의원정수 축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우스운 꼴이 됐다.

국회의원 정수문제는 정수를 축소하면 오히려 국회의원의 특권이 더 강화되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견제 기능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비판적 견해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세력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선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축도 있다. 즉, 국회의원 정수문제는 향후 많은 토론과 여론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는 문제라는 진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야가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목적론적 발상에 빠져 국회의원 정수 축소에 나서는 행태가 더욱 걱정스럽다.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와 박 후보의 우위를 확실히 굳히고자 의원정수 축소를 전격 제안했고,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문 후보의 역전 발판을 마련하고자 이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야말로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이겼다`는 고사처럼 사퇴한 안 전 후보가 여야 대선 후보를 뒤흔드는 모양새다.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납득할 만한 설명 하나 없이 기존의 입장을 바꿨는 데도 여야 의원 누구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이처럼 표를 위해 정책을 조령모개하는 모습이야 말로 국민의 혐오와 냉소를 자초하는 구태정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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