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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의 납품비리, 원전안전 위협한다

등록일 2012-12-07 21:18 게재일 2012-12-0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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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원전에 이어 고리 원전에도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냉각해수펌프 등 원전부품 1천555개의 품질보증서류를 위조한 부품이 납품돼 고리 원전 3·4호기 등에 설치됐다는 것이다. 고리 원전 직원 2명은 일단 납품받은 부품을 해당 업체와 짜고 보관장소에서 빼돌렸다가 새 제품인 것 처럼 다시 납품하는 방법으로 납품대금을 가로 챘다고 한다. 가로 챈 대금은 관계 직원과 납품업체 대표가 나눠 챙겼다니 어이가 없다.

특히 문제가 된 냉각해수펌프는 원전 설비를 식히기 위한 바닷물을 순환시키는 장비로, 이게 고장나면 원전이 갑자기 정지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저압터빈밸브도 시험성적서 등을 위조해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기는 발전기 안의 터빈에 들어가는 증기의 양을 조절해 터빈이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다. 모두 원전의 안전에 직결되는 장치들이다. 원전안전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칫 잘못될 경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방사능 오염으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이미 수십년이 지난 미국 드리마일과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물론 최근 이웃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라. 이런 엄청난 피해를 생생하게 목격하고도 어떻게 원전안전에 직결되는 부품들을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이용해 납품할 수 있었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원전은 업무의 특성상 기술직 직원이 많아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행정 등 다른 직군의 직원들이 업무내용을 알기 어렵다. 작년 2월 고리 원전에서 단전사고가 났을 때도 발전소장이 함구령을 내려 현장 직원 60여명이 한달 가까이 사고사실을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니기도 했다. 원자력안전위 직원들이 파견나와 있었어도 현장 직원들의 함구로 눈뜬 장님이었다.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영광 원전 5·6호기의 품질보증서 위조와 이번 가짜 부품사건도 납품업체 종사자 등 외부의 제보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원전의 운전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제어실에 녹음·영상 기능을 갖춘 일종의 불랙박스를 설치하자는 당국의 제안은 적극 검토돼야 한다. 한수원 노조가 인권침해와 직원감시라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데, 원전안전보다 우선시될수는 없다.

감사원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한 납품업체와 부품대금을 횡령한 한수원 직원 등 7명을 검찰에 고발한 만큼 사법 당국은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비리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벌해야 마땅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 당국은 울진원전 등 다른 원전에 이같은 시험성적서 위조부품이 납품된 것은 없는 지 전수조사를 서둘러 원전안전을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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