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삼산이수의 서른세 번째 공연인 사모바위는 김천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소재로 한 창작극으로 사모(紗帽)와 흡사한 바위에 관한 이야기다.
조선 전기, 영남 사림파의 종주인 김종직이 김천 고을 배천마을에 살 때 김천은 문향(文鄕)으로 이름이 높았다. 지금의 양금동인 양천 하로(賀老)에서는 일시에 3판서 6좌랑이 날 만큼 고관대작과 학자들이 배출됐다.
김천의 중앙에 자리한 자산의 동쪽을 모암산이라고도 하는데 이 모암산 동남쪽 꼭대기에 사모바위가 있었다.
당시 고관대작의 출입이 잦았고, 김종직을 찾아오는 선비들도 많아 이들을 뒷바라지하는 김천역의 역리들은 하루도 편히 지낼 날이 없어 괴롭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이때 한 역리의 꿈에 도승이 나타나 “괴로워할 것 없느니라. 사모바위만 없애면 편히 지낼 수 있느니라”고 했다.
이 꿈 얘기를 전해 들은 역리들은 몰래 사모바위를 산 아래로 굴러 떨어뜨렸다.
그 후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 인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사모바위 전설이다.
삼산이수 기획팀은 이 시기가 무오사화로 영남 사림파가 대거 숙청되던 때인 점에 착안해 사모바위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노하룡 삼산이수 단장은 “영남 사림의 융성을 시기하는 어떤 세력이 계획적으로 사모바위를 파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