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3자 TV토론회를 제안했을 때에도 박 후보측은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응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안 후보의 사퇴로 사실상 박-문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되자, 이번엔 선거일까지 박 후보의 유세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야권 단일화 과정이 지연되면서 TV토론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게 됐다면서 12월4일 선관위 법정토론 이후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한다. 지지율 1위의 집권 여당 대선후보측의 해명으로는 군색하다.
이런 상황은 역대 대선 당시와는 사뭇 대비가 된다. 1997년 대선 때는 후보 대상 TV토론회가 54회였고, 2002년에는 후보단일화 토론과 법정토론을 합쳐 TV토론 27회, 2007년에는 후보 대담·토론 11회였다. 대중을 상대로 한 장외 유세가 줄어들고, TV토론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의 추세이다.
더구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양자 TV토론을 꺼린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득표전략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그다지 지혜롭지 못하다. 그런 자세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불통`(不通)과 `과거로의 회귀`라는 이미지를 더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의무적으로 열리는 선관위 주최의 법정토론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포함해 세 명이 참가하는데다, 형평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토론의 역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문 두 유력 후보 간의 TV 맞대결을 보고싶어 하는 국민들의 바람도 그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국정 최고책임자를 뽑는 중차대한 선거인데도 유권자가 두 후보를 비교·평가할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으려 해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출마한 두 후보는 자신의 국가운영 비전과 철학, 정책, 자질 등에 관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들은 아직 특정 후보를 전폭 지지하고 있지 않으며, 국민을 대하는 후보의 태도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부자 몸조심`하는 태도는 유권자의 반발을 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