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상 초유의 검찰내분 사태, 국민의 뜻 헤아려야

등록일 2012-11-30 21:52 게재일 2012-11-30 23면
스크랩버튼

검찰에서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의 실세중 실세로 꼽히는 대검 중수부장이 느닷없이 사상 처음으로 대검의 공개감찰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감찰을 실시한 이유는 최재경 중수부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준 검사에게 언론 대응방안을 조언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개감찰이라는 수모를 겪게 된 최재경 중수부장은 “검찰총장 진퇴 문제 등으로 의견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감찰 조사로 나타난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 총장과 중수부장이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총장과 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책임자인 중수부장이 대립하면서 검찰내부가 크게 술렁이자 법무장관이 심야에 특별지시를 내려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대검간부들은 29일 오전 검찰총장에게 용퇴를 건의하고 나섰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 소속 부장검사들도 검찰총장의 용퇴를 요구했다.

10억 가까운 돈을 뇌물로 받은 간부 검사가 적발되질 않나 집무실에서 성행위를 한 검사가 나오고, 최근에는 개혁을 하는 시늉만 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방송기자에게 잘못 보내 국민들의 속을 긁어놓는 검사까지 나와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검찰총장이 전격적으로 공개감찰을 지시한 근본적인 이유는 중수부 폐지를 놓고 총장과 중수부장이 서로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상대 총장은 검찰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검중수부를 폐지하려 했으며, 중수부장은 검찰총장의 퇴진을 포함하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며 반발했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검찰총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최태원 SK그룹회장의 횡령혐의에 대한 구형량을 낮추도록 개입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를 총괄하는 최 검사장과 갈등이 빚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최 검사장에 대한 공개감찰은 `보복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채동욱 대검 차장은 총장의 용퇴를 건의한 이유에 대해 “일선 검사의 의견을 청취해보고 더이상 총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태라면 총장은 조직내 신망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검찰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속에서 개혁이라는 큰 일을 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검찰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지금 국민들이 검찰에 바라는 것은 검사가 거액의 금품을 받고, 성행위를 하고, 여론조작까지 시도하고, 재벌총수 봐주기 구형을 하는 것 같은 행태들을 근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수부 폐지`를 개혁여론 무마용으로 내세우려는 시도는 본질이 아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의 자성을 촉구한다.

공봉학의 인문학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