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잇따르는 동반자살 이대로는 안된다

등록일 2012-11-29 21:12 게재일 2012-11-29 19면
스크랩버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모녀가 함께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엊그제 이모(48·여)씨와 어머니(73)가 나란히 숨진 채로 발견됐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이씨는 7개월째 월세를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전에는 서울 한강에서 80대 노모와 40대 딸이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고 끌어안은채 투신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들 모녀 역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다 함께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다.

이들 모녀의 잇따른 동반자살은 선진 복지국가로 도약하고 있다는 대한민국의 뒷모습이 어떤것인지를 웅변한다. 이들 모녀는 모두 단 둘이 살며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고혈압과 중풍, 엉덩이뼈 골절,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을 앓아온 것도 비슷하다. 이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만한 능력이 있는 가족이나 친척도 없었다. 월 몇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고, 기초수급생활 대상자도 아니어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

나라는 세계적으로 내로라 할만큼 부유해졌는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살피는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던 셈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경제대국이 아니라 바닥까지 떨어진 서민들의 삶을 보살피지 않는, 비정하고 무책임한 나라였을 뿐이다.

정부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적인 비극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위를 파악해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딱한 사람들은 없는지 조사해 그들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비극을 막을 수 있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국민복지의 확대는 대한민국의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다. 무상보육에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등 각종 복지공약이 난무한다. 그러나 당장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보살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한 복지의 최우선 과제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거창한 복지공약을 남발하기 보다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서민복지의 강화에 최대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이들 모녀의 잇따른 동반자살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복지를 정부의 임무로만 돌릴 것도 아니다. 시민사회는 물론 우리 스스로가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이는게 필요하다. 잇따르는 모녀 동반 자살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공봉학의 인문학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