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SK그룹의 분권형 경영모델 주목한다

등록일 2012-11-27 21:40 게재일 2012-11-27 19면
스크랩버튼
SK그룹이 내년 1월부터 분권형 경영을 시행한다고 한다.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올라있고, 핵심과제로 재벌개혁이 줄기차게 논의되는 와중에 재계 서열 3위 그룹이 총수와 지주회사의 권한을 계열사로 대폭 넘기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그룹 경영시스템을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로 탈바꿈해 `100% 관계사별 자율책임 경영`을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앞으로 각 사의 CEO와 이사회는 지주회사인 SK㈜와 협의없이 인사와 사업관련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SK는 이 방안이 그룹체제를 유지하면서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철학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에는 총수중심 지배구조를 이사회와 사외이사 권한강화 쪽으로 바꾸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데 이어 이번에 계열사 중심으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이다. 재계가 오너경영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 총수의 힘을 확 빼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SK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SK가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를 도입하면 그룹의 경영구조는 최 회장과 지주회사, 각 계열사를 거치는 수직적 구조에서 전문 경영인이 중심이 된 계열사 사장단협의체가 전면에서 이끄는 수평적인 형태로 전환된다. 총수와 지주회사의 경영참여나 권한이 거의 없어진다. 그룹을 이끄는 총수가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결정을 비롯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다며 오너경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재계의 일반적인 주장과 확연히 다르다. SK의 이런 실험은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구형받은 최 회장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SK의 경영구조 변신은 새로운 재벌체제를 시험해 보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재벌그룹과 총수에 대한 평가는 이중성이 확연하다. 그룹과 총수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대다수 부인하지 않지만 그룹의 경제력 집중에 따른 양극화와 불합리한 소유구조를 발판삼은 총수의 황제경영은 걱정스런 상황이다. 10대 재벌의 매출액은 국민총 생산의 77%를 차지하고 계열사 수는 최근 5년간 75%나 늘었으며, 영위업종도 44% 확대됐다. 재벌총수와 그 가족은 극소수 지분으로 그룹전체를 지배하면서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경영과 골목상권 진출, 일감 몰아가기 반칙을 일삼아 지탄받고 있다. SK는 재계 첫 시도인 자율책임 경영방식이 재벌구조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잡도록 해주기 바란다.

공봉학의 인문학 이야기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