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쌍용호 구조 요청에 20분만에 현장 출동<br>암흑 속 높은 파도 위험 무릅쓴채 잠수사 투입<br>전원구조에도 응급처치 중 1명 사망 안타까워
【울릉】 “어선이 침수되고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지난 17일 밤 10시55분께 독도 동남방 15km 해상에서 독도를 경비 중이던 동해해경 소속 경비함정 1513함에 무선 통신기(SSB)에 다급한 구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덕 강구항 소속 쌍용호(통발·40t·승선원 9명)가 독도 북서쪽 약 72m 해상 가제바위 부근에 좌초, 기관실로 바닷물이 유입돼 어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구조요청이었다.
조난신호를 접수한 동해해경 독도 경비함 이종만 1513함 함장은 즉각 전속으로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 신고 후 10여분이 지난 밤 11시5분. 이 함장은 “이제 곧 도착할 것이다. 모두 안전하게 구조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다시 한번 교신했다.
하지만, 쌍용호는 교신이 없었고 통신이 끊긴 상황은 점점 시간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당시 독도 현지 기상은 초속 20m가 넘는 강풍과 4~5m가 넘는 높은 파고로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
신고접수 후 20여 분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칠흑같이 어두운 밤 선체는 침몰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 정장은 즉시 단정 2대를 하강해 수색을 지시했다.
헬기에서는 조명탄을 수차례 쏘아 올렸고 함정의 수색등(서치라이트)을 켜 주변을 수색한 지 얼마가 흘렀을까.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외침이 들려왔다.
“살려주세요. 여기요 여기.”
파도에 떠밀려 흩어진 선원들은 옷도 채 입지 못해 속옷과 구명동의만 착용하고 부이를 잡은 채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독도 주변 곳곳에 산재한 암초로 인해 해경 단정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섬 쪽으로 떠밀려간 사람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마지막 수단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사가 입수해 구조하기로 했다.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가 집어삼켜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잠수사 3명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목숨을 건 구조 활동을 펼친 권대준 경사는 “또다시 그 상황이 와도 지체 없이 뛰어들 것”이라며 “차디찬 바닷속에서 나를 기다린 선원들을 살리는 것이 내게 부여된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날인 18일 오전 1시31분. 긴박했던 두 시간여의 사투를 벌인 끝에 9명 전원을 구조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선원들을 응급조치하고 함정에 연결된 원격의료시스템을 이용해 강릉 동인병원 의사의 지시에 맞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했다.
즉시 울릉도 울릉군 보건의료원으로 향해 내달렸지만 오전 4시53분께 간절한 바람에도 1명의 선원은 끝내 숨을 거뒀다.
조금 더 일찍 구조하지 못한 미안함과 하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다행히 나머지 8명의 선원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쌍용호 선장은 “뼛속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닷물에서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해경 경비함정이 나타났다. 경비함정의 불빛을 본 순간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떻게든 버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발빠르게 대응해 구조해준 해경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이종만 함장은 “생활화된 훈련과 팀워크가 이번 구조에 드러났다. 평소 악조건에 대비한 단정 양하 강 훈련과 수색구조 훈련 등 바다 DNA 함양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날이 밝아 확인된 어선 쌍용호는 완전 두 동강 난채로 독도 동도 맞은 편 서도의 큰 계곡에 박혀 있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