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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화재`의 참사 막는 복지정책 시급하다

등록일 2012-11-23 21:53 게재일 2012-1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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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손가정의 할머니와 손자가 촛불을 켜고 잠들었다 불이 나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전기료를 못내 전기가 끊기자 촛불을 켜고 생활해왔다고 한다. 초겨울 추위에 전기도 없이 오들 오들 떨었을 할머니와 손자를 생각하면 선진 복지국가로의 도약을 노린다는 대한민국이 무색하다.

고흥 촛불 화재사건의 경위를 보면 할머니와 손자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화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한전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이 가난한 집의 전기를 꼭 끊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전은 단전이 아니라 전류제한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6개월분 전기료 15만7천원이 밀린 만큼 전류제한기를 설치, 순간사용량 220와트 이상의 전기사용을 제한했을 뿐 전등 한 두개와 TV, 냉장고 등은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전기가 완전히 끊긴줄 알고 촛불을 켜고 생활했다. 한 달에 3만원도 안되는 전기료를 내지 못했다고 추위 속에 빈곤 가정의 전기를 차단하는건 옳지 않다. 전류제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용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어야 한다. 그렇게만 했더라도 촛불 화재란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희생자 가족이 왜 전기료도 못낼 정도로 곤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봐도 일선 복지 정책은 허점 투성이다. 숨진 김모씨(58)씨의 남편 주모(60)씨는 허리와 다리 등이 불편해 일을 그만둔지 오래됐다고 한다. 아내 김씨가 유자공장에서 일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엔 김씨의 건강마저 나빠져 사실상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주씨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자 지정에서 제외됐다. 장애 진단에 필요한 행정기관의 지원도 없었고, 한전의 전기료 `복지할인`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주씨가 근로능력이 있고, 딸이 3명 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주씨 부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일할 능력이 있었다면, 자식들이 병든 부모를 부양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었다면 이들이 추위 속에 촛불을 켜놓고 잠들었다 숨지는 허망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전에는 뇌병변 1급 장애가 있는 남동생(11)을 돌보던 박모(13)양이 불길 속에서 동생을 구하려다 숨진 일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1급 장애아를 국가나 사회가 돌보지 않고 13살 어린이에게만 맡긴 결과였다. 지금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복지의 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국민이 행복한 세상,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려면 가난하고 병든 이웃을 보살피는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반값등록금과 무상보육, 무상급식도 필요하겠지만 눈 앞의 가난과 장애에 시달리는 수백만 약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돌보는 정책이 훨씬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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