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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 삼가야

등록일 2012-11-13 21:11 게재일 2012-1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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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캠프가 여론조사기관에 돈을 뿌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권 실장은 어제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가 여론조사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에 대비한 것 아니겠느냐. 메이저급 여론조사기관은 출구조사에 매달리고 있어서 미들급에서 많이 작업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캠프도 그렇게 했다고 봐야 한다. 노무현 때 해봤으니까”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발언 내용만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한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것이라고 해도 그 편차가 적지 않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어느 여론조사를 더 신뢰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편차가 큰 근본적인 까닭은 오차와 한계가 있는데다 기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금품을 써가며 여론조사기관을 관리해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여론조사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자 여론을 조작하는 일종의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권 실장의 의혹 제기는 그 폭발력이 작지 않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새로운 정치와 정치혁신을 내세우는 안 후보와 문 후보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게 될 것임은 물론이다. 안 후보 캠프에서는 즉각 `안철수 죽이기`라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이고, 문 후보 측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권 실장은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이지 내가 확인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뒤늦게 해명하고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권 실장은 자신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해명한 대로 `소문`이라면 그 진원지라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의혹을 던져놓고 `단지 소문을 전했을 뿐`이라고 하는 것은 3선에 새누리당 사무총장까지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 취할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어느 후보 진영이든 대선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도해봐야 하겠지만 넘지 말아야 할 금도는 있어야 한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후보 진영 간 공방은 더 한층 치열해 질 것이다. 어느 진영에서든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키는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삼가야 한다.

국민은 네거티브 선거를 일삼는 후보에게 결코 좋은 감정을 갖지 않는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호를 책임질 후보가 기껏 다른 후보를 헐뜯는 행태를 보여서야 될 일인가. 대선후보들은 물론 대선캠프에 몸담은 사람들의 자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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