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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벗어난 `여성성` 공방 그만둬야

등록일 2012-11-05 20:10 게재일 2012-11-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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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한달 보름 남짓 앞두고 `여성 대통령`논란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의 `여성대통령론`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번갈아 기자회견을 열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박 후보는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남성이었는데, 주변 권력 다툼과 부패 등을 반복하며 국민이 바라는 희망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여성리더십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중앙선대위 여성위원회는 “박 후보는 여성 대통령의 덕목인 평등·평화 지향성·반부패·탈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먼 후보”라면서 “박 후보는 개인 여성이지만, 여성을 비롯한 약자를 살리고 포용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그런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은 “아직도 여성의 사회참여가 부족한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최고의 리더로서 탄생한다는 것 자체보다 더 큰 정치변혁은 없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여성 후보가 여성 대통령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른 후보 진영이 그런 의미 부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본질에서 어긋난다.

특히 `여성 대통령` 논란이 개인의 여성성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지는 것은 더욱 모양새가 나쁘다. 민주당측은 “박근혜 후보가 단지 XX염색체를 가진 생물학적 여성 후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남북대결주의, 측근부패, 편협한 과거사 인식과 비합리적 리더십을 볼 때 여성정치지도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는 후보라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다, 염색체만 여성이다 하는 것은 박 후보와 여성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권모독이자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차가운 이성으로 정책 대결을 벌여야할 대선판이 후보 개인의 여성성을 둘러싼 감정적인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서 정책 외에 비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란이 너무 확대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후보 개인의 여성성에 대한 문제도 대선의 본질적인 문제와는 많이 동떨어진 주제다. 박 후보 역시 당초 `여성 대통령론`을 얘기할 때 어떻게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했어야 한다. 여성이 당선되는 것이 왜 정치쇄신인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민주당은 `XX염색체` 운운하며 박 후보의 여성성을 공격하기보다 여성 정책 공약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 지를 지적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여야는 이제부터라도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누가 더 현명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지 논쟁을 벌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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