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가 29일 밤 원전이 정상 운영중에 터빈 정지신호에 따라 발전정지돼 전력생산이 끊겼으며, 하루 전인 28일 새벽에는 경북 울진원전 2호기가 터빈에 증기를 공급하고 제어하는 설비에 이상이 생겨 증기조절 밸브가 자동으로 닫히면서 가동을 멈췄다.
이달 초에는 영광 5호기와 신고리 1호기가 같은 날 고장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이틀 사이에 설비용량 67만9천kw급과 95만kw급 원전 2기가 연속으로 가동중단돼 원전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원전은 1978년 첫 가동 후 고장이 439건이나 된다. 지난 10년간 고장으로 573일간 가동이 중단됐고, 경제적 손실도 4천463억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장 때마다 원자로에는 이상이 없으며, 부품 교체후 재가동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같은 한수원의 대응자세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수원은 원전 관리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월성 1호기의 갑작스런 고장은 수명연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83년 4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간 월성1호기는 다음 달 20일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이를 10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전은 2009년 4월부터 27개월동안 발전을 정지하고, 7천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설비개선 작업을 벌인뒤 지난해 7월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 1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번에 올해 4번째 고장이 났다. 지금까지 고장건수도 50건이 훨씬 넘는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장기간에 걸쳐 대대적인 정비를 하고도 고장이 잦은 것은 각종 부품이 더 이상 제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기 때문이라며 발전소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한수원이 간과해선 안된다.
원전의 잇단 고장은 겨울철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최근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작년 전국을 강타한 9·15 정전사태가 올해 겨울에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8천18만KW로 예상되지만 공급능력은 8천213만KW에 그쳐 예비전력이 100만~200만KW까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100만KW 규모의 원전 1기가 갑자기 고장나 발전을 정지하면 곧바로 블랙아웃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겨울철 전기난방 급증에 따른 전력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전은 급한대로 수요관리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전력수급 기본계획이나 에너지 기본계획도 잘 손질해 전기료 현실화와 발전소 증설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