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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엔 왜 미국식 TV토론 없나

등록일 2012-10-25 20:36 게재일 2012-10-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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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6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이 모두 끝났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핵심 현안들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국내 문제를 주제로 한 1차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우세했으나 일반 유권자들의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2차와, 외교문제를 다룬 3차 토론에서는 오바마가 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후보간의 열띤 TV토론을 지켜본 미국민들은 이제 막바지 선거운동이 끝나면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는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 대선 TV토론은 유명 언론인들의 사회로 진행된다. 1차 토론은 PBS방송의 짐 레러, 2차는 CNN의 캔디 크롤리, 3차는 CBS방송의 밥 시퍼가 사회를 맡았다. 이들은 모두 미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륜 높은 언론인이다. 수천만 명의 유권자는 토론을 보고 누구의 정책이 더 좋은지, 누가 더 믿음직스럽고 훌륭한 지도자인지를 판단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는 군더더기 행위는 일체 금지된다. 이 모든 과정은 초당적 기구인 대통령 후보 토론위원회에 의해 이뤄진다. 미국의 대선 TV토론은 무엇보다 후보들이 시종일관 정책을 놓고 대결한다. 누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지,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무슨 수로 메울 것인가 등이 이번 대선토론의 핵심 쟁점이었다. 어떤 외교와 국방정책으로 미국의 지도력을 유지하고 평화를 지킬 것인지, 부상하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지 등도 핫이슈였다. 후보들은 정책과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파고 든다. 허술한 논리나 군색한 말바꾸기는 여지없이 들통난다.

하지만 인신공격이나 소모적인 말싸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선판에서는 왜 저런 토론문화가 없나. 아쉽기만 하다. 대통령 선거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실현시켜 나갈지, 일자리를 얼마나 더 늘릴 수 있을지 아무도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복지 확대에 공감하지만 엄청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려는지, 경제성장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도 알수 없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중국과 일본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선거판을 달구는건 온통 지나간 일이나 곁다리 문제들 뿐이다. 이대로라면 누가 정말로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 지도자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이 투표소로 가야할 판이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은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토론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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