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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사고 환경당국 대응 실망스럽다

등록일 2012-10-17 20:19 게재일 2012-10-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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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환경 당국이 인근 지역의 2차 피해를 예상하고도 뒤늦게 `심각경보` 발령을 하는 등 위기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고, 상황접수도 늦게 이뤄진 사실이 국감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대구지방환경청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경협(부천원미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구미국가4산업단지 화공업체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된 지 6시간47분이 지나서야 심각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사고조치 상황기록을 보면 환경 당국은 불산가스 누출이 인근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오후 8시20분 주민대피령을 내렸고, 동시에 발령해야 할 사고단계 심각경보는 1시간10분이 지난 오후 9시30분에야 이뤄졌다.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해야 하는 심각경보의 발령을 늦췄고, 아무런 근거 없이 5시간만에 심각경보를 해제해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또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통합당 홍연표(인천 부평을)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구미시청은 사고 발생 8분만에 상황접수가 이뤄진 반면 대구환경청은 1시간15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접수했으며, 사고현장에 환경 탐지 특정장비가 있었는 데도 이를 활용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홍 의원은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작성한 `화학사고 상황 보고`를 보면 최초 상황접수를 사고 당시 오후 4시58분께 구미경찰서로부터 상황접수를 받아 오후 5시5분께 환경부에 상황보고했다”며 “하지만 소방방재청에서 작성한 상황보고서를 보면 사고발생 37분만인 오후 4시20분께에`B/H 및 행안부 등 유관기관(환경부) 상황 FAX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사고 현장에 도착한 대구환경청 출동차량에는 9억원 상당의 환경과학원 차량에 있는 간이측정장비(보호복, 공기호흡기, KITAGAWA 검지관, pH페이퍼 등)와 동일한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제대로 측정을 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감에서 드러난 환경당국의 안전사고 대응능력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위기대응 매뉴얼대로 사고단계 심각경보만 동시에 발령했더라도 상당한 부분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사고현장에 출동한 차량에 탐지측정장비를 갖추고도 제 역할을 못해 현장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니 평소에 실시했다는 화학테러 모의훈련이 무색하기만 하다.

정부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성 화학 물질 관리·화학 물질유출 사고 발생시 대처매뉴얼 정비 등을 포함해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에 총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큰 사고에 미숙하게 대응해 비난을 듣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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