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부처나 외부 출신들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관행이 여전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286곳 중 약 30%에 달하는 82곳의 기관장이 주무 부처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별로 보면 농림수산식품부(80%), 금융위원회(60%), 고용노동부(50%), 보건복지부(44%) 등이 평균치를 웃돌 정도로 심하다. 또 산하기관과 유관 협회가 많은 지식경제부에서는 퇴직한 후 기관장을 2~3번까지 하는 공무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다른 부처나 정치권 출신도 틈만 나면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자리로 밀고 들어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없는 보은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지만 그 때 뿐이다.
공공기관 CEO 가운데 상급 부처 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외부 출신은 233명으로 81.5%에 달한다. 내부출신은 고작 17.5%인 50명 뿐이다. 이들 중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대학병원 14곳의 병원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부 출신은 36명에 불과하다. 낙하산식 인사는 무사 안일주의와 냉소주의의 자양분이 될 뿐이다. 부적격자를 막기 위한 공공기관장 공모제도가 있기는 하나 유명무실하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에 활용되고 있다. 지난 7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과정이 대표적인 파행사례다. 금융위원회는 퇴임 기자회견까지 마친 안택수 이사장을 재연임시키고, 임원추천위가 이사장 후보로 추천한 3명을 모두 낙마시켰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부처 출신들이 전문성을 살려 산하기관을 잘 운영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은 부정적이다.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로 중병을 앓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작년 말 286개 공공기관의 총 채무는 464조원에 달한다. 3년 사이 100조원 넘게 불어나 국가부채보다도 더 많다. 부채비율은 거의 200%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두 배 수준이다. 일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빚더미 속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국민적 불신을 키운바 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하면 영락없이 부실 경영사례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문제다.
공기업들의 부실·방만경영은 낙하산 인사에 그 출발점이 있다. 상당수 인사가 전문성이나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기관장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다보니 노조와 타협하고, 구조조정은 나몰라라 한다. 정치권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이 특정 대선 후보를 도왔다는 공로 등으로 공공기관장 자리를 꿰차는 일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한다. 부처 공무원이 산하 기관장을 맡을 때도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또한 능력 있는 내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를 지금보다 더 엄격히 해 무능력자를 과감히 퇴출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