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김모(61)씨는 위조 공무원증으로 청사 후문을 손쉽게 통과했다. 등에 멘 배낭에는 휘발유가 든 생수병이 들어있었지만 검색대와 보안게이트를 무사통과했다. 그가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를 때까지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도 막지 못했다. 백주 대낮에 대한민국 정부 중앙청사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만일 테러리스트가 폭탄이라도 들고 침입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관공서들이 있고, 건물과 시설 마다 보안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 건물인 정부 중앙청사는 가장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적용돼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 청사의 보안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지없이 드러났다. 경비를 서던 의경은 소속 부서도 적히지 않은 가짜 공무원증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았다. 위험물질을 검사하는 보안검색대는 아예 꺼져 있었다. IC칩이 내장된 카드를 찍어야 통과할 수 있는 보안게이트 역시 활짝 열려 있었다. 3중의 보안시스템이 모조리 먹통이었던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뚫을 수 있을 만큼 허술한 것으로 드러난 보안시스템을 당장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청사 뿐 아니라 다른 관공서의 보안시스템에도 문제가 없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일이다.
얼마 전에는 북한군 병사가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와 최전방 소초 생활관 문을 두드리는 일이 있었다. 그가 병사들의 숙소까지 들어오는 동안 우리 군은 까맣게 몰랐다. 경계용 CCTV나 3중 철책도 무용지물이었다. 또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선 고등학교를 중퇴한 10대가 교실에 무단침입해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전방에서부터 정부 청사, 학교에 이르기까지 안전을 위한 보안시스템이 줄줄이 구멍 뚫렸다. 이처럼 국가 보안과 치안시스템에 총체적으로 구멍이 뚫린 데에는 근무기강이 많이 해이해 진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말기여서 그런지 공직자들의 나사가 풀릴 대로 풀렸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정신질환자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경쟁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 중 일부가 `묻지마식 범죄`로 사회적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공무원들의 해이해진 근무기강을 확실히 다잡아주길 바란다.